일본 유키 사토시 9단이 9월 14일 저우허양 9단마저 시간승으로 꺾고 농심백산수배 시니어 최강전에서 4연승을 달렸다. 김영삼과 조훈현이 그의 연승을 끊지 못하면서 한국은 1승 2패로 처져 1라운드를 일본 4승 1패 선두에 내줬다. 반등은 내년 2월 상하이 2라운드에서 유키에 3전 전승인 유창혁, 그리고 뒤를 받치는 이창호가 열쇠이니 그 대국을 지켜보면 된다.

판을 흔든 건 일본의 유키 사토시 9단 한 명이었다. 그는 9월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본선 6국에서 중국 저우허양 9단을 76수 만에 백 시간승으로 눌렀다. 시간승은 상대가 제한시간을 다 써버려 얻는 승리다.
이 판은 유키의 네 번째 승리였다. 그는 한국 김영삼 9단을 시작으로 중국 위빈 9단, 한국 조훈현 9단을 차례로 꺾은 뒤 저우허양까지 제압했다. 상대 나라를 번갈아 무너뜨리는 파죽의 4연승이었고, 연승 상금 1000만원도 챙겼다.
농심배 계열 대회는 한·중·일 국가대항 연승전이다. 이긴 선수가 자리를 지키고, 진 나라에서 다음 선수가 올라와 도전한다. 선수가 모두 소진된 나라부터 탈락하고, 끝까지 남는 나라가 우승한다. 한 선수가 연달아 이기면 그만큼 상대 진영의 카드가 줄어드는 구조라, 유키의 4연승은 단순한 4승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Usman AbdulrasheedGambo
베이징 1라운드가 끝난 성적은 일본 4승 1패, 한국 1승 2패, 중국 1승 3패. 유키 혼자 일본의 4승을 책임진 셈이다.
한국의 유일한 승리는 선봉 김영삼 9단이 중국 차오다위안 9단을 시간승으로 꺾은 첫 판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김영삼이 유키에게 덜미를 잡히며 연승이 끊겼고, 노장 조훈현 9단이 저지에 나섰지만 그 역시 유키의 흐름을 멈추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유키라는 한 명의 벽을 두 번 넘지 못하면서 순위가 처졌다. 팀 전력이 무너졌다기보다, 상대의 연승 한 줄기를 끊을 승부처를 놓친 결과에 가깝다. 같은 유키에게 위빈과 저우허양을 내리 내준 중국이 1승 3패로 더 깊은 수렁에 빠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승전에서는 한 선수의 기세가 이렇게 판 전체를 끌고 간다.
바둑 연승전은 뒤가 두터운 쪽이 뒤집기 좋다. 한국은 아직 무거운 카드를 남겨 두고 있다.
한국은 2라운드 첫판인 본선 7국에 유창혁 9단을 내보내 유키의 연승을 끊는다는 계획이다. 근거도 뚜렷하다. 유창혁은 유키와의 상대 전적에서 3전 3승으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지금 흐름을 되돌릴 적임자로 꼽히는 이유다.
유창혁 뒤에는 이창호 9단이 대기한다. 두 베테랑이 버티고 있는 만큼, 유키의 연승만 끊어내면 한국이 오히려 수적 우위를 살려 역전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반격은 당장이 아니다. 2라운드는 내년 2월 2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5개월가량 텀이 있는 만큼, 지금 순위만으로 승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2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유창혁과 유키의 맞대결이 첫 분수령이다. 유창혁이 상대 전적대로 유키를 잡아 연승을 끊는다면 판세가 단번에 균형으로 돌아온다. 반대로 유키가 상대 전적의 열세를 뒤집고 5연승째를 거둔다면, 한국은 곧바로 이창호 카드를 꺼내야 하는 급한 상황에 몰린다.
정리하면 이렇다. 1라운드 주도권은 유키에게 내줬지만, 승부의 저울은 2월 유창혁의 한 판에 다시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