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호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남자 400m(T13)에서 46초24로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앞서 100m에서도 아시아신기록으로 우승해 2관왕에 올랐다. 'T13'은 파라육상 시각장애 등급 가운데 가장 경증을 뜻하며, 장애인 육상 기록은 등급이 같아야 비교가 성립한다. 경기를 볼 때 선수의 등급과 가이드 러너의 역할을 함께 보면 기록의 무게가 제대로 읽힌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에서 한국 육상의 장민호가 세계와 아시아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웠다. 그는 23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400m(T13) 결선에서 46초24로 결승선을 끊어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세계기록 46초44를 0.2초 앞당긴 기록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일 100m(T13) 결선에서는 10초48로 아시아신기록을 쓰며 우승했다. 단거리와 한 바퀴를 모두 제패해 이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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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의 기록 옆에 늘 붙는 'T13'은 장애인 육상의 등급 표시다. 'T'는 트랙(track) 종목을, 숫자는 장애의 유형과 정도를 나타낸다. 10번대 숫자는 시각장애를 뜻하며, 여기에는 T11·T12·T13 세 등급이 있다.
핵심은 숫자가 낮을수록 장애가 무겁다는 점이다. T11은 빛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가장 중증 등급으로, 선수는 안대나 완전 차광 안경을 쓰고 '가이드 러너'와 끈을 잡은 채 함께 달린다. T12는 그 중간이다. T13은 시각장애 가운데 가장 경증으로, 선수가 혼자 달린다. 세계 파라육상 기준으로는 시력이 2/60에서 6/60 사이이거나 시야가 20도 안쪽인 경우가 여기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부 수치는 공식 분류 규정에 따른다.
그래서 같은 400m라도 T11과 T13은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달린다. 장애인 육상 기록을 반드시 등급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장민호의 46초24는 'T13 남자 400m'라는 같은 조건의 선수들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라는 의미다.
장민호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이 점차 떨어진 선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힘든 훈련을 한 날에는 시야가 많이 흐려져 일상생활도 불편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400m에 대해서는 "온몸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안압이 올라가는 것 같고 시야도 많이 흐려진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는 그에게 조금 특별하다. 지난달 아시안게임에서 혼성·남자 1,600m 계주에 출전했던 그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아시안게임과 아시안패러게임에 모두 나선 사례로 전해진다. 비장애인 대회와 장애인 대회를 한 달 사이에 잇달아 뛴 셈이다.
장애인 육상을 처음 본다면 두 가지만 기억하면 흐름이 잡힌다. 첫째는 등급이다. 같은 종목이라도 T11·T12·T13은 서로 다른 레이스이고, 기록 비교도 같은 등급 안에서만 성립한다. 중계 화면에 붙는 등급 표시를 먼저 확인하면 그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다.
둘째는 가이드 러너다. T11처럼 중증 시각장애 선수 옆에서 함께 달리는 가이드는 단순한 동반자가 아니다. 선수와 끈으로 연결해 방향과 속도를 맞춰 주는, 레이스의 한 부분이다.
장민호의 2관왕은 한국 선수단의 선전 속에서 나왔다. 대회 조직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10월 22일 기준 금메달 21개, 은 23개, 동 26개로 종합 5위에 올라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21개 이상을 일찌감치 채웠다. 수영 조기성과 사이클 이도연 등이 금빛 레이스를 펼쳤고, 휠체어 럭비 대표팀은 결승에서 일본을 꺾었다. 18일 개막한 이번 대회는 24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