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너 오브 킹즈 대표팀이 8강에서 탈락한 2026 아이치·나고야 대회를 끝으로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서 제외된다. 이는 인기 하락이 아니라 OCA가 2027년 쿠웨이트에서 별도 대회 '아시아 e스포츠·마인드 스포츠 게임'으로 독립시키기로 한 결정이다. e스포츠의 앞날은 아시안게임 잔류 여부가 아니라 이 별도 대회가 흥행과 정례화에 성공하느냐에 달렸다.

한국 '아너 오브 킹즈(왕자영요)' 대표팀이 9월 27일 필리핀에 0-2로 지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8강에서 탈락했다. 예선에서 미얀마를 2-0으로 꺾고 올라온 뒤라 아쉬움이 컸다. 다만 한국은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남은 e스포츠 종목에서 메달에 계속 도전하고 있어 e스포츠 전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 e스포츠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그란투리스모7, 아너 오브 킹즈 등 11개 메달 종목이 걸려 있다. 종목 수만 보면 위상이 낮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결과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대회가 e스포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무대이기 때문이다. e스포츠는 2026년을 끝으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서 빠진다.

Yan Krukau
오해하기 쉬운 대목부터 짚자. e스포츠가 종목에서 제외되는 것은 성적이 부진하거나 관심이 줄어서가 아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2024년 11월 집행위원회에서 e스포츠의 정식종목 제외와 별도 대회 신설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핵심은 '제외'와 동시에 '신설'이 결정됐다는 점이다. OCA는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 종합 프로그램에서 떼어내는 대신, 이를 전문 대회로 독립시키는 길을 택했다. 종합대회 안 여러 종목 중 하나로 다루기보다, 별도 무대를 마련해 규모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새 대회의 이름은 '아시아 e스포츠·마인드 스포츠 게임'이다. OCA는 2027년 쿠웨이트에서 첫 대회를 열기로 계약했고, 예상 참가 규모는 약 4,000명이다. e스포츠를 체스·바둑 같은 마인드 스포츠와 묶어 하나의 전문 종합대회로 운영한다는 방향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퇴장은 '쫓겨남'보다 '분가'에 가깝다. 아시안게임이라는 전통 종합대회의 틀 안에서는 경기 방식이나 종목 선정이 제약을 받는다. 인기 게임이라도 대회마다 종목으로 채택될지 장담하기 어렵고, 게임 타이틀의 수명과 국제 대회 일정도 종합대회 주기와 어긋나기 쉽다. 별도 대회는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다. 다만 아시안게임이 주는 국가대표라는 상징성과 대중 노출을 일정 부분 내려놓는 것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이력은 생각보다 짧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처음 등장했고, 2022년 항저우에서 정식 메달종목이 됐으며, 2026년 아이치·나고야가 정식종목으로서 마지막 대회다. 정식종목 지위를 누린 것은 사실상 두 대회뿐이다.
이런 부침은 e스포츠만의 일이 아니다. 종합대회의 종목 구성은 개최국 사정과 국제 흐름에 따라 늘 바뀌어 왔다. 새 종목이 들어왔다가 빠지고, 다시 형태를 바꿔 돌아오는 일이 반복된다. e스포츠도 그 궤적 위에 있다.
그렇다면 e스포츠의 위상은 앞으로 어떻게 봐야 할까. 판단의 기준은 아시안게임 잔류 여부가 아니라 별도 대회의 성패에 있다. 2027년 쿠웨이트 대회가 참가 규모와 흥행을 실제로 확보하고, 이후 정례화되느냐가 관건이다.
전문 대회가 자리를 잡으면 e스포츠는 종합대회의 곁가지가 아니라 독자적인 국제 무대를 갖게 된다. 반대로 첫 대회가 일회성에 그치면, 아시안게임이라는 안정적 무대를 잃은 손실만 남을 수 있다. 이번 8강 탈락보다 더 지켜봐야 할 것은 내년 쿠웨이트에서 이 대회가 어떤 모습으로 출발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