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의 인종차별 야유가 나오면 심판은 경기 중단·중지·포기로 이어지는 FIFA의 3단계 절차에 따라 경기를 멈출 수 있고, 사후 징계는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행위의 보편적 의미를 기준으로 내려진다. 최근 박항서 감독이 태국 경기에서 '김치맨' 야유를 받은 사례는 감독 개인의 항의와 규정에 따른 대응이 어떻게 갈리는지 보여준다. 팬이 현장에서 목격하면 즉시 안전요원과 구단에 알리고 증거를 남기는 것이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진다.
경기장에서 인종차별 행위가 확인되면 심판에게는 정해진 단계가 있다. FIFA는 2024년 총회에서 모든 회원협회에 '3단계 절차'를 의무화했다.
1단계는 경기 중단이다. 심판이 차별 행위를 확인하거나 보고받으면 경기를 멈추고, 장내 방송으로 중단 이유를 알린 뒤 행위가 계속되면 경기를 포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단계는 경기 중지다. 재개한 뒤에도 야유가 멈추지 않으면 선수들을 라커룸으로 돌려보낸다. 3단계는 경기 포기다. 그래도 지속되면 관련 당국·전문가와 협의하고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할 수 있다. 포기로 끝나면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경기는 몰수로 처리된다.
선수가 직접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 두 손목을 교차해 'X'를 만드는 제스처는 차별 행위를 심판에게 알리는 공식 신호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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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서의 조치와 별개로, 사후 징계는 각 협회의 상벌위원회나 FIFA 징계기구가 맡는다. 여기서 핵심은 판단 기준이다.
2025년 11월 K리그에서 전북 현대 코치가 눈을 찢는 제스처로 5경기 출장 정지와 2천만 원의 제재를 받았을 때, 상벌위원회는 행위자가 주장하는 의도가 아니라 그 행위가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의미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콜롬비아 선수가 한국과의 친선경기에서 같은 제스처를 했을 때 FIFA가 내린 5경기 출장 정지도 같은 맥락이다. "그럴 뜻이 아니었다"는 해명이 징계를 피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태국 2부리그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칸차나부리가 파타야 유나이티드와 2-2로 비긴 경기에서, 상대 팬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박 감독에게 '김치맨'이라는 표현을 반복하고 소속 선수의 외모를 비하했다. 박 감독은 처음에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보였지만 도발이 이어지자 항의했고,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이 그를 라커룸으로 데려갔다.
이 장면은 두 가지 대응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감독이 직접 관중석을 향해 항의하는 것은 즉각적이지만, 자칫 감독 본인이 제재 대상이 될 위험을 안는다. 반면 규정에 따른 길은 경기 중 심판·대기심에게 상황을 알려 절차를 밟게 하고, 경기 후 구단과 협회가 공식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실제로 칸차나부리는 성명을 내 인종차별을 규탄했고, 관련 사안에 대한 징계 조치 검토가 거론됐다.
선례도 있다. 박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던 2019년 상대 코치의 조롱이 문제가 됐을 때, 베트남축구협회는 AFC에 제소했고 상대 협회는 해당 코치를 징계한 뒤 경질했다. 분노의 표출보다 제소와 징계라는 절차가 결과를 만든 사례다.
관중석에서 차별 행위를 목격한 팬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가장 먼저 경기장 안전요원이나 구단 직원에게 즉시 알리는 것이다. 현장에서 접수돼야 심판 보고나 퇴장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증거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행위 당사자와 상황이 담긴 영상이나 사진은 사후 징계 심의에서 판단 근거가 된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구단의 민원 창구나 협회에 제보할 수 있고, FIFA도 차별 근절 캠페인의 일환으로 신고 채널을 운영한다. 야유에 같이 맞받아치기보다, 기록을 남겨 공식 절차로 넘기는 편이 실제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