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 자신에게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후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심도 1심과 같이 일부 승소해, 폭로가 명예훼손이라는 판단이 유지됐다. 형사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난 사안인데 민사는 폭로자 측이 진 것은, 형사와 민사의 입증 기준과 책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A씨의 상고 여부에 따라 사건이 대법원으로 갈 수 있어 아직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축구선수 기성용이 과거 자신에게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초등학교 후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2심도 이겼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3-3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앞선 1심은 후배 A씨와 B씨가 기성용에게 공동으로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2심은 그 판단을 뒤집을 만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핵심은 '폭로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는 점이다.

Elina Volkova
발단은 2000년으로 거슬러 간다. A·B씨는 전남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에서 선배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이후 가해자로 기성용이 지목되며 논란이 됐다. 기성용은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해 왔다.
2021년 기성용은 두 사람을 형사 고소하는 한편, 5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8월 서울 서초경찰서는 A·B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고, 기성용의 가해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형사 절차는 양쪽 모두 뚜렷한 결론 없이 마무리된 셈이다.
이 손해배상 소송은 형사 수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2022년 첫 변론 뒤 한동안 미뤄졌다가 2024년 들어 재개됐다. 형사가 먼저 끝나고 민사가 뒤이어 결론을 낸 흐름이다.
민사 1심은 2025년 7월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에서 나왔다. 기성용이 청구한 5억원대 가운데 1억원이 인용됐고, A·B씨가 공동으로 배상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별도의 판결 이유를 공개하지 않아, 어떤 근거로 액수를 정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후 B씨는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2심은 항소한 A씨에 대한 것으로, 서울고법은 1심 결론을 유지했다. 배상 판단의 큰 틀이 1심에서 2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얼핏 보면 형사에서 '증거불충분'이 나온 사안에서 민사는 폭로자 측이 졌다는 게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두 절차는 따지는 대상과 입증의 문턱이 다르다.
형사는 범죄 사실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증명해야 하고, 그 책임은 검찰·고소인 쪽에 있다. 그 문턱을 넘지 못하면 무혐의가 되는데, 이는 '가해가 없었다'는 확정이 아니라 처벌할 만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이번 민사는 기성용이 낸 명예훼손성 손배소로, 쟁점은 폭로 측이 의혹을 제기할 상당한 근거나 진실성을 충분히 소명했는지였다. 법원은 그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입증 책임과 기준이 다르면 형사와 민사의 결론은 엇갈릴 수 있다.
2심 판결로 모든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A씨가 상고하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간다.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기보다 법리 적용에 잘못이 있었는지를 주로 본다. 현재까지 A씨의 상고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폭로자 측이 기성용의 전 법률대리인을 상대로 낸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은 1심과 2심 모두 폭로자 측 패소로 끝난 상태다. 기성용은 현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