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베네수엘라전에서 한국이 0-0으로 비긴 뒤 김민재가 교체 과정에서 불만을 드러내고 다 같이 머리 처박고 뛰어야 한다고 작심발언했다. 모레노 감독은 활동량 데이터를 근거로 괜찮았다고 본 반면, 김민재는 경합 강도와 공수 가담을 문제 삼아 진단이 엇갈렸다. 10월 6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전방 압박과 세컨볼 경합이 실제로 달라지는지가 확인 지점이다.
10월 2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3만5천여 명이 지켜본 베네수엘라와의 친선경기는 0-0으로 끝났다. 점수만 보면 무난한 무승부지만, 경기 뒤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후반 35분 교체된 김민재는 벤치에서 축구화를 거칠게 벗어 던졌다. 경기 뒤 그는 "오늘 경기는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며 "팀 수준을 올리려면 다 같이 머리 처박고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솔직히 수비수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축구화를 던진 데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중요한 건 그가 패배 탓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 같이 싸워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전술판이 아니라 뛰는 강도를 겨냥한 발언이다.

Franco Monsalvo
같은 경기를 두고 벤치의 진단은 달랐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뒤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적으로 11명 모두가 뛰었다"며 "피지컬 데이터가 말해준다"고 했다. 활동량 수치로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민재가 겨냥한 건 그 수치가 담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는 "많이 뛴다는 게 단순히 몇 km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거리를 뛰어도 상대 공을 끊으러 들어가는 경합과, 뒤를 메우는 커버가 빠지면 숫자는 좋아도 팀은 위태롭다는 뜻으로 읽힌다. 뛴 양이냐, 뛴 방향과 강도냐. 둘의 진단이 갈린 지점이 여기다.
0-0인 만큼 무너진 실점 장면은 없었다. 그래서 '수비가 나빴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경기 내용에서 반복해 지적할 대목은 있었다.
한국은 전반 내내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베네수엘라의 조직적인 공격을 받아내는 데 급급했다. 공을 잡고 밀어붙인 게 아니라 끌려다니며 버틴 경기였다는 뜻이다. 이때 생기는 부담은 고스란히 뒷선으로 간다. 앞에서 압박이 끊기면 수비수들이 넓은 공간을 홀로 감당해야 하고, 김민재의 "수비수가 불쌍하다"는 말도 그 구조를 가리킨다.
여기에 9월 말 에콰도르·우루과이로 이어진 남미 강팀 연전의 피로가 겹쳤다. 체력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게 공을 다시 뺏으러 가는 전방 압박이다. 앞선이 한 박자 늦게 움직이면 중원과 수비 사이 간격이 벌어지고, 그 틈을 상대가 파고든다. 베네수엘라전에서 한국이 좀처럼 주도권을 쥐지 못한 것도 이 간격 관리가 흔들린 영향이 크다.
다음 경기는 10월 6일 오후 8시,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전이다. 김민재의 지적이 실제로 반영됐는지 확인하려면 다음을 보면 된다.
점수보다 이 네 가지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면 김민재의 발언은 효과를 본 셈이다. 반대로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면, 문제는 하루 이틀로 풀리는 게 아니라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