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하지민이 2026 아시안게임 남자 딩기(ILCA7)에서 첫 레이스 실격에도 종합 9점으로 통산 네 번째 금메달을 땄다. 요트는 여러 레이스 점수를 합산해 낮을수록 좋고, 가장 나쁜 성적 하나는 버리기 때문에 한 판 실패가 곧 탈락은 아니다. 다음 경기는 개별 등수가 아니라 선수별 누적 점수와 남은 '버리는 점수'를 보면 승부의 흐름이 읽힌다.
요트 선수 하지민(37·해운대구청)이 10월 2일 일본 아이치현 가마고리 가이요 요트항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딩기 1인승(ILCA7)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에 이은 통산 네 번째 금이다. 2022 항저우에서 기상 악화로 결선이 취소돼 은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설욕했다.
흥미로운 건 과정이다. 하지민은 첫 레이스에서 상대 선수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항의가 받아들여져 실격 처리됐다. 보통 스포츠라면 사실상 탈락인데, 요트에서는 달랐다. 그는 종합 9점으로 홍콩의 니컬러스 베지 홀리데이를 2점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첫판을 통째로 날리고도 어떻게 금메달이 가능했을까. 답은 요트 레이스의 순위 셈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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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경기는 단판 승부가 아니다. 여러 날에 걸쳐 같은 선수들이 몇 번이고 다시 겨룬다. 이번 남자 딩기 종목은 예선 9차례, 결선 2차례를 합쳐 모두 11번의 레이스를 치렀다.
한 레이스는 바다 위에 부표로 표시된 코스를 돌아 결승선을 통과하는 방식이다. 바람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구간을 반복하는데, 엔진이 없으니 바람을 읽고 돛의 각도와 배의 방향을 조절하는 능력이 승부를 가른다. 그래서 같은 날에도 바람이 바뀌면 순위가 뒤집히곤 한다.
중요한 건, 한 레이스에서 1등을 했다고 그 종목에서 우승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11번의 레이스 성적이 모두 모여야 최종 순위가 나온다.
요트의 순위 계산은 거꾸로다. 레이스마다 1위에게 1점, 2위에게 2점, 3위에게 3점 식으로 등수가 그대로 점수가 된다. 그리고 모든 레이스의 점수를 더해 합계가 가장 낮은 선수가 우승한다. 골프에서 타수가 적을수록 좋은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요트만의 장치가 하나 더 있다. 선수마다 가장 나쁜 성적 한 번은 합계에서 빼준다. 바람 운이나 충돌, 실격 같은 변수가 많은 종목이라 단 한 번의 사고로 대회 전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둔 것이다. 흔히 '지우개 찬스'나 '버리는 점수'라고 부른다.
하지민의 금메달이 여기서 설명된다. 첫 레이스 실격으로 19점이라는 큰 점수를 받았지만, 그 성적을 버리는 점수로 처리했다. 대신 남은 레이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종합 9점을 만들었다. 가장 뼈아픈 한 판을 지워버린 노련함이 네 번째 금으로 이어진 셈이다.
요트 중계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지금 누가 이기고 있는지 화면만 봐선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에 요트 경기를 볼 때 아래만 확인하면 흐름이 한결 또렷해진다.
하지민은 이번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5회 출전에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를 기록하게 됐다. 한 종목에서 이 정도 성적을 낸 선수는 흔치 않다. 다음 국제 대회에서 그의 레이스를 다시 보게 된다면, 한 번의 등수보다 열 번을 버텨내는 누적 싸움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경기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