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9월 21일 아시안게임 대만전에서 곽빈의 6이닝 무피안타 호투를 앞세워 5-0으로 이겼다. 최대 난적으로 꼽히던 대만을 완봉으로 제압하면서 전무후무한 5연패 도전의 첫 단추를 순조롭게 끼웠다. 22일 홍콩, 23일 태국으로 이어지는 남은 조별리그에서의 마운드 운영과 타선 점검이 결승 토너먼트의 관건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9월 21일 대만을 5-0으로 꺾었다.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B조 조별리그 1차전이다.
경기를 지배한 건 선발 곽빈이었다. 6이닝 동안 안타를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실점 없이 탈삼진 10개를 잡았다. 내준 주자는 사사구 2개뿐이다. 곽빈이 6회까지만 던지고 마운드를 넘겼기 때문에 개인 기록상 완봉이나 완투는 아니지만, 대회 최대 난적을 상대로 안타 없는 6이닝은 그 자체로 경기의 흐름을 결정지었다.
대만은 지난 몇 년간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가장 껄끄러워한 상대다. 그 팀을 상대로 초반부터 삼진을 쌓아 올리자, 타선도 부담 없이 공격을 풀어갈 여유가 생겼다. 선발이 6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주면 감독은 승부처에 쓸 불펜을 온전히 남겨둘 수 있다. 짧은 대회 일정에서 이 여유는 뒤로 갈수록 값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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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을 끌어낸 건 유격수 김주원이었다. 3안타를 몰아쳤고, 2회말에는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어 선취점의 발판을 놨다. 7회말에도 중전 안타로 다시 무사 1·3루 기회를 열었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뒤 "가장 좋았던 선수가 김주원"이라고 평가했다.
김주원 본인에게는 개인적인 의미도 있었다. 그는 "3년 전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지고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돌아봤다. 한국은 2022 항저우 대회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0-4로 졌던 기억이 있다. 이번 5-0 완봉은 그 패배를 정확히 되갚은 결과인 셈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야구에 계속 따라붙는 표현이 5연패다. 한국은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까지 네 대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땄다. 이번 아이치·나고야에서 우승하면 아시안게임 야구 사상 전무후무한 5회 연속 정상이 된다.
기록이 걸린 대회일수록 첫 경기의 무게가 다르다. 조별리그에서 가장 강한 상대로 꼽히던 대만을 첫판에 완봉으로 눌렀다는 건, 남은 일정을 조 1위로 통과할 발판을 안정적으로 마련했다는 뜻이다. 마운드가 초반부터 안정되면 뒷 경기에서 불펜을 아껴 쓸 여유도 생긴다.
한국은 22일 오후 6시 30분 홍콩과, 23일 낮 12시 태국과 남은 조별리그 두 경기를 치른다. 두 팀은 전력상 대만만큼의 상대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남은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승패 자체보다 다른 곳에 있다.
첫째는 마운드 운영이다. 대만전에서 곽빈을 6이닝에 끊었듯, 홍콩·태국전에서는 다른 투수들에게 실전 감각을 나눠주며 결승 토너먼트를 대비할 가능성이 크다. 누가 얼마나 던지는지를 보면 감독이 그리는 큰 그림이 읽힌다.
둘째는 타선의 점검이다. 김주원처럼 컨디션이 올라온 타자 외에,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조별리그에서 감을 찾아두는 것이 토너먼트에서 중요해진다. 조별리그가 사실상 실전 훈련의 성격을 함께 갖는 이유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 다만 진짜 승부는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시작된다. 남은 두 경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5연패의 실제 향방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