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를 꿈꾸다 접은 이준석(27)이 9월 20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에서 이라크 선수를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테크볼의 첫 챔피언으로,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8전 전승 우승이다. 개혁신당 정치인 이준석과는 동명이인이며, 실업팀도 없는 종목에서 나온 성과라 향후 저변 확대가 관전 포인트다.
이준석(27)이 9월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라크의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를 세트 스코어 2-0(12-11, 12-5)으로 꺾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테크볼의 첫 남자 단식 챔피언, 즉 초대 챔피언이다.
이름만 보고 정치인을 떠올렸다면 다른 사람이다. 개혁신당의 이준석과는 동명이인일 뿐, 이 글의 주인공은 스물일곱 살 테크볼 국가대표다.

ENIO ENGENHEIRO
테크볼은 축구와 탁구를 합친 구기 종목이다.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됐고, 기술(technique)을 뜻하는 말과 공(ball)을 붙여 이름이 만들어졌다.
경기는 양쪽 끝이 아래로 휘어진 전용 테이블에서 한다. 길이 3m, 폭 1.5m 크기다. 손과 팔을 뺀 머리, 가슴, 허벅지, 발로 일반 축구공을 상대 진영으로 넘긴다. 한 번 공격할 때 공은 최대 세 번까지 건드릴 수 있고, 같은 부위로 연속해서 두 번 대거나 넘기는 것은 반칙이다. 세트당 12점을 먼저 내면 한 세트를 가져가고, 세 세트 중 두 세트를 먼저 따면 이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테크볼은 빠델과 함께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들어갔다. 그래서 이번 우승자가 곧 종목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이준석은 원래 축구 선수를 꿈꿨다. 스물한 살에 그 꿈을 내려놨고, 이후 족구를 거쳐 테크볼에 발을 들였다. 축구를 그만둔 구체적인 사정까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발로 공을 다루던 감각이 새 종목에서 무기가 된 셈이다.
한국에는 테크볼 실업팀이 없다. 이준석은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으로 일하며 선수 생활을 병행했다. 상황이 바뀐 건 2026년 2월,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그는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직장을 그만두고 대회 준비에 매달렸다.
훈련 환경도 넉넉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200만 원가량 하는 전용 테이블을 사줬고, 전문 훈련장이 없어 무거운 테이블을 들고 공터나 운동장을 옮겨 다니며 연습했다. 안정된 자리를 포기하고 택한 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금메달의 무게는 성적표의 숫자보다 크다.
성적은 도전기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조별리그 B조에서 5전 전승으로 올라섰고, 8강도 2-0으로 통과했다. 준결승에서는 쿠웨이트의 자이드 에이단이 허벅지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결승에 올랐다.
결승까지 치른 공식 경기에서 이준석은 세트를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조별리그부터 이어진 8전 전승이자 무실세트 우승이다. 이 금메달은 근대5종 성승민의 여자 개인전과 남자 단체전에 이은 한국 선수단의 대회 3호 금메달로 기록됐다.
신설 종목의 첫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은 앞으로 한동안 이준석의 이름 앞에 붙는다. 국내에 실업팀조차 없는 종목에서 나온 성과인 만큼, 이번 금메달이 테크볼 저변에 어떤 변화를 만들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