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이가 27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에서 180.85점으로 우승하며 한국의 이 종목 첫 금메달을 땄다. 2018년 정식종목 채택 이후 한국이 이 종목에서 딴 메달은 은주원의 동메달 하나뿐이었던 만큼, 세계 정상급 기량이 국내에서도 나왔다는 점에서 무게가 크다. 김동혁·신지율 등 10대 선수들이 함께 선전한 이번 대회가 실제 저변 확대로 이어질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강준이(17·서울영등포고)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시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 남자 스트리트 결승에서 180.85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스케이트보드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트릭 세션 1·2차 시기를 모두 넘어져 0점 처리됐다. 마지막 3차 시기에서 92.40점짜리 고난도 기술을 성공시키며 런 점수 88.45점과 합쳐 역전에 성공했다. 2위 일본 사사키 도아(172.35점)와의 차이는 8.5점이었다. 강준이는 "2차 시기를 실패한 뒤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관중석의 어머니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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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이의 시작은 경남 양산이었다. 8살 때 우연히 보드를 접했고 9살부터 본격적으로 탔다. 첫 보드는 배트맨 그림이 그려진 산타크루즈 제품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미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선수다. 2024년 아마추어 최고 권위 대회인 탐파암에서 16세 나이로 한국인 최초 우승을 차지했고, 2025년 X게임 오사카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에 은메달을 땄다. 2026년 4월에는 세계 정상급 프로 리그인 SLS(스트리트 리그 스케이트보딩) 대회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우승했다. 아마추어와 프로 최고 무대를 모두 한국인 최초로 밟은 선수인 셈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갑작스러운 결과라기보다 그 연장선에 가깝다.
스케이트보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부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 전까지 한국이 이 종목에서 딴 메달은 은주원이 2018년 남자 스트리트에서 얻은 동메달 하나가 전부였다. 국내에서 스케이트보드는 등록 선수와 전용 시설이 넉넉하지 않은 종목으로, 여러 매체가 '불모지'라고 표현할 만큼 저변이 얕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이번 금메달의 무게는 색깔 이상이다. 세계선수권과 SLS를 병행하는 선수가 아시안게임까지 제패했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세계 정상급 기량이 나올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다.
이번 대회에서 눈에 띈 건 강준이 혼자가 아니었다. 남자 파크에서 김동혁이 72.21점으로 5위, 만 14세 이로운이 6위에 올랐다. 여자 스트리트의 신지율은 153.29점으로 4위였고, 동메달과의 차이는 3.31점에 불과했다. 메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10대 선수들이 결선에서 중국·일본 강호들과 소수점 차로 겨뤘다는 사실 자체가 이전과 달라진 지점이다. 한 명의 스타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 또래 선수층이 함께 올라오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다만 금메달 한 개가 곧바로 저변 확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전용 시설과 지도자, 대회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선수층이 두꺼워진다. 그럼에도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또래 스타의 존재는 보드를 처음 잡는 아이에게 가장 현실적인 동기가 된다. 강준이 자신이 8살에 배트맨 보드로 시작했던 것처럼 말이다.
강준이는 다음 달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우승을 다음 목표로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