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곽빈이 8월 11일 잠실 한화전에서 6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81구 중 60개가 스트라이크였고 최고 구속은 157㎞를 찍었다. 불펜 난조로 시즌 10승은 불발됐지만, 탈삼진 1위 에이스의 위력은 이닝마다 선명했다.

8월 11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한화의 경기, 두산 선발 곽빈은 시작부터 방망이가 아니라 삼진으로 이닝을 정리했다. 1회 최고 157㎞의 빠른 공을 앞세워 세 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1사 후 볼넷 하나를 내주며 주자를 허용했지만, 문현빈과 강백호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별다른 위기 없이 첫 이닝을 넘겼다.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고 결정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패턴이 이 한 회에서 이미 또렷했고, 공격적인 투구의 방향도 그렇게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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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에도 흐름은 그대로였다. 선두타자 노시환을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넘나드는 3타자 연속 삼진을 완성했고, 이 시점에 벌써 5개의 삼진이 쌓였다. 2사 후 허인서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아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곧바로 이도윤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닫았다.
3회와 4회는 한화 타선에 손댈 틈을 주지 않은 구간이었다. 두 이닝을 모두 삼자범퇴로 정리하면서 투구 수를 아꼈고, 경기 전체의 리듬을 곽빈이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삼진과 범타가 번갈아 나오면서 상대 타자들은 좀처럼 카운트 싸움에서 앞서 나가지 못했다.
가장 아슬아슬했던 국면은 5회였다. 곽빈은 연속 삼진으로 2아웃을 빠르게 잡았지만, 2사 후 이도윤에게 다시 우익선상 2루타를 맞으며 득점권에 주자를 두게 됐다. 이날 두 번째로 맞은 안타이자 유일한 실점 위기였다. 그러나 곽빈은 심우준을 2구 만에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짧게 끝냈다. 승부를 길게 끌지 않고 유리한 카운트에서 승부구를 던진 판단이 실점을 막았다.
6회는 곽빈의 집중력이 가장 잘 드러난 이닝이었다. 이원석과 요나단 페라자를 범타로 처리한 뒤, 문현빈과는 9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자신의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6이닝을 81구, 그중 스트라이크만 60개를 던지는 효율적인 투구로 막아냈다. 최종 성적은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올 시즌 세 번째이자 8월 1일 LG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삼진 경기였고, 탈삼진 부문 리그 1위 자리를 굳혔다.
곽빈은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7회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다. 문제는 그 뒤였다. 7회 불펜이 강백호와 채은성에게 홈런 두 방을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고, 곽빈의 시즌 10승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다만 7회말 박준순이 결승 스리런을 터뜨리며 두산은 승리를 지켜 4연승을 달렸다.
이날 경기는 대만 에이스 왕옌청과의 선발 맞대결이기도 했다.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대만이 금메달을 두고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큰 두 투수의 전초전이었는데, 왕옌청은 5이닝 8피안타 4탈삼진 3실점으로 곽빈에게 판정승을 내줬다. 삼진 10개 가운데 상당수가 위기 뒤에 나온 승부구였다는 점에서, 곽빈의 이날 투구는 단순한 구위 과시가 아니라 국면을 읽고 솎아내는 능력에 가까웠다. 승수는 놓쳤지만, 대표팀 에이스로서 곽빈이 보여준 압도적인 삼진 능력은 이날 잠실에서 가장 선명한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