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남자 리커브 단체전에서 한국은 인도를 세트 점수 5-1로 꺾고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지만, 같은 날 여자 단체전은 인도에 패해 1998년부터 이어온 7연패가 28년 만에 끊겼다. 공정한 선발과 현대차의 장기 지원으로 다져진 강세는 여전하지만, 인도를 비롯한 경쟁국이 한국식 육성 모델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신호가 함께 나왔다. 3일 개인전에서 이우석과 강채영·오예진의 성적이 한국 양궁의 현주소를 가늠할 지표가 된다.
양궁 단체전은 총점을 더하는 방식이 아니다. 테니스처럼 세트로 나눠 승부를 가린다. 한 세트에서 세 선수가 번갈아 2발씩, 팀당 모두 6발을 쏘고, 점수가 높은 팀이 그 세트를 가져간다.
세트를 이기면 2점, 비기면 양 팀이 1점씩 나눠 갖는다. 이렇게 세트 점수를 쌓아 먼저 5점에 도달하면 경기가 끝난다. 네 세트를 다 치러 2-2(4점)로 갈리면 1발씩 쏘는 슛오프로 승자를 정한다.
이 방식은 총점에서 앞서도 세트를 놓치면 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세트의 집중력이 경기 전체를 흔드는 구조여서, 강팀일수록 초반 세트를 가져가 흐름을 잡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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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남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은 인도를 세트 점수 5-1로 꺾었다. 세트 기록은 56-56, 57-50, 56-54. 첫 세트를 비긴 뒤 둘째, 셋째 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주목할 점은 출전 멤버다.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 세 사람은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함께 따낸 조합 그대로다. 큰 경기 경험을 공유한 선수들이 다시 호흡을 맞춘 것이어서, 접전 세트에서 흔들림이 적었다.
이번 금메달로 한국은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2연패를 달성했다. 항저우에서 13년 만에 정상을 되찾은 흐름을 그대로 이어간 셈이다.
다만 이번 대회를 '완승'으로 부르긴 어렵다. 같은 종목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강채영·오예진·이윤지)은 인도에 세트 점수 3-5로 졌다. 1998년 방콕 대회부터 지켜온 아시안게임 7회 연속 우승이 28년 만에 멈췄다.
혼성 단체전도 금메달과는 거리가 있었다. 준결승에서 중국에 0-6으로 완패한 뒤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이겨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남자 단체의 강세와 여자 단체의 이변이 같은 대회에서 나왔다. 한국 양궁이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과, 금메달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 함께 드러났다.
한국 양궁의 오랜 강세는 선발 과정에서 나온다. 대한양궁협회는 국가대표 선발에서 성적 외의 특혜 요소를 두지 않고, 평가전 횟수를 많이 두어 그날 가장 잘 쏘는 선수를 뽑는다는 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성적이나 명성보다 현재 기량을 따지는 구조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이어진 현대자동차그룹의 장기 지원도 바탕이 됐다. 그룹의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장비와 훈련 환경을 개선해 왔다는 점이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이 모델은 더 이상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이번에 한국을 꺾은 인도는 등록 선수 1만 명 이상, 단계별 육성 체계, 거점 훈련센터를 갖췄고 지난해 프로 양궁 리그까지 출범시켰다. 여러 나라가 한국식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한국인 지도자를 영입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장면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
진짜 관전 포인트는 3일 개인전이다. 단체전은 세 명의 기량이 합쳐지지만, 개인전은 한 선수가 매 세트 홀로 책임진다. 바람과 심리 변수에 더 크게 노출되는 만큼,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한국에서는 남자부 이우석, 여자부 강채영과 오예진이 금메달을 노린다. 단체전에서 엇갈린 남녀의 결과가 개인전에서도 이어질지, 아니면 뒤집힐지가 이번 대회 한국 양궁의 현주소를 보여줄 것이다. 숫자로 요약된 메달 색보다, 접전 세트에서 누가 마지막 한 발을 지켜내는지를 보면 흐름이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