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전체 1순위 좌완 정구범이 2026년 10월 28일 어깨 통증으로 은퇴하며 마지막 등판 후 1,181일 만에 유니폼을 벗었다. 투수 어깨는 회전근개와 관절와순에 부담이 집중되는데, 복귀율이 높은 팔꿈치 수술과 달리 가동범위와 투구 동작 회복이 어려워 복귀가 더 험난하다. 아마추어 투수라면 통증을 참지 말고 연투를 피하며 조기 진단을 받는 것이 어깨를 지키는 기준이다.

NC 다이노스는 2026년 10월 28일 좌완 투수 정구범의 은퇴를 알렸다. 구단은 지속적인 어깨 통증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본인의 뜻을 존중해 임의해지로 공시하기로 했다. 마지막 공식전 등판에서 은퇴까지 걸린 시간이 1,181일이다. 기대를 받던 투수가 사실상 한 번도 제대로 던져보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은 셈이다.
어깨 통증 세 글자가 커리어를 끊었다. 왜 어깨 부상은 이렇게 치명적일까.

Styves Exantus
정구범은 2000년생 좌완으로, 덕수고 시절 최정상급 에이스였다. 중학교 시절 미국 유학 이력 탓에 1차 지명 대상에서 빠졌고, NC가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그를 뽑았다. 전체 1순위라는 기대가 얹힌 선택이었다.
그런데 조짐은 일찍부터 있었다. 지명 직후 전국체전에서 어깨 상태가 좋지 않은 채로 이레 동안 네 경기에 나섰고, 그중 두 번은 선발이었다. 프로에 와서도 1군 등판은 드물었다. 2022년 10월 1군에 데뷔했지만 통산 6경기(2선발) 등판에 평균자책점 8.36으로, 뚜렷한 자취를 남기지 못했다. 2023년 8월 키움전에서 4이닝 넘게 1실점으로 데뷔 후 가장 좋은 투구를 보여준 적도 있지만, 그 경기를 끝으로 그해 다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복귀했을 때가 마지막 기회였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의욕적으로 던졌지만 어깨 통증이 재발했고, 2군 경기조차 한 번도 뛰지 못한 채 시즌을 보냈다. 결국 은퇴로 이어졌다.
투수의 어깨는 공을 던질 때마다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강하게 휘두르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부담이 집중되는 부위가 두 곳이다.
하나는 회전근개다. 어깨 관절을 감싸 팔의 회전과 안정을 맡는 네 개의 근육·힘줄 묶음으로, 반복된 투구에 마모되거나 찢어진다. 다른 하나는 관절와순이다. 어깨 관절을 받치는 연골 테두리인데, 투구 동작에서 윗부분이 손상되는 경우를 SLAP 병변이라 부른다. 문제는 이런 손상들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충돌 증후군 같은 다른 문제와 겹쳐 나타나는 일도 흔하다는 점이다. 정구범의 정확한 진단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어깨 통증'이라는 말 뒤에는 대개 이런 구조물의 문제가 있다.
야구 팬에게 익숙한 팔꿈치 수술, 이른바 토미존 수술과 비교하면 어깨의 어려움이 뚜렷해진다. 팔꿈치 인대 재건술을 받은 미국 메이저·마이너리그 투수의 83~97%가 경기에 복귀했다는 보고가 있다. 회복에 보통 11개월에서 20개월이 걸리지만, 돌아올 확률 자체는 높고 기간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어깨는 사정이 다르다. 한 연구에서 관절와순 손상을 겪은 투수의 복귀율은 40%로, 같은 손상을 입은 야수(73%)보다 낮게 나왔다. 대상 인원이 적은 연구라 수치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어깨 복귀가 더 험난하다는 방향성은 여러 자료에서 반복된다.
이유는 어깨의 역할에 있다. 봉합 수술이 잘 돼도 팔을 바깥으로 돌리거나 벌리는 가동범위에 제한이 남을 수 있다. 그러면 투수는 아픈 자세를 피하려고 무의식중에 투구 동작을 바꾸고, 바뀐 동작이 다시 다른 부위에 무리를 준다. 단순히 상처가 아무는 문제가 아니라, 던지는 몸 전체를 다시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아마추어 투수를 둔 가정이라면, 이 사례에서 가져갈 기준은 분명하다.
정구범의 은퇴가 남긴 건 한 선수의 아쉬움만이 아니다. 어깨는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부위라는 사실, 그래서 통증의 첫 신호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커리어를 가른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