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쿠라시 여자 87㎏ 초과급에서 한국 사상 첫 금메달을 땄다. 쿠라시는 서서 상대를 넘겨 점수를 내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씨름으로, 유도를 병행해 온 김민영에게 잘 맞는 종목이었다. 할롤·욤보시·찰라로 이어지는 점수 체계와 결승에서 상대 반칙이 승부를 가른 과정을 알면 경기를 더 잘 읽을 수 있다.

쿠라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이어져 온 전통 씨름이다. 두 선수가 선 채로 맞붙어 상대를 매트에 넘어뜨리는 방식이라, 우리가 아는 씨름이나 유도와 결이 비슷하다.
규칙의 핵심은 '무엇을 못 하느냐'에 있다. 선수는 상대의 상의(재킷)를 잡을 수 있지만 벨트 아래, 즉 다리를 잡는 동작은 금지된다. 주먹이나 발로 때리는 타격도 없다. 오직 잡고 걸고 넘기는 기술로만 승부를 낸다. 한 경기는 4분 안에 끝난다.
우리 씨름과 견주면 차이가 또렷하다. 씨름이 샅바를 잡고 모래판에서 겨룬다면, 쿠라시는 유도복 비슷한 상의를 잡고 매트 위에서 상대를 메친다. 그래서 잡기와 메치기가 몸에 밴 유도 선수에게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쿠라시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것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부터로, 아직 역사가 길지 않다.

Antoni Shkraba
쿠라시 점수는 크게 세 단계로 이해하면 쉽다.
가장 큰 점수는 할롤이다. 상대를 등이 바닥에 완전히 닿도록 넘기면 그 자리에서 경기가 끝난다. 유도의 '한판'을 떠올리면 된다. 그다음이 욤보시로, 할롤에 조금 못 미치는 큰 기술이다. 욤보시를 두 번 얻으면 할롤과 같은 것으로 쳐서 승리가 확정된다. 가장 작은 점수는 찰라다. 우세를 인정하는 정도의 득점이라 이것만으로는 승부가 잘 갈리지 않는다.
여기에 반칙도 승부에 끼어든다. 규칙을 어기면 닷키 같은 벌점을 받고, 이는 상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 점을 알아 두면 김민영의 결승이 왜 그렇게 흘러갔는지 이해가 된다.
김민영(21·한국체대)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87㎏ 초과급 결승에서 대만의 스류리링을 5-0으로 꺾었다. 경기는 9월 29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현 무도관에서 열렸다.
초반은 팽팽했다. 김민영이 먼저 찰라를 따냈지만 스류리링도 곧바로 찰라로 맞서 균형을 이뤘다. 승부를 가른 건 상대의 반칙이었다. 스류리링이 두 차례 반칙으로 닷키를 받자, 김민영이 그 대가로 욤보시(5점)를 얻으며 5-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큰 기술 한 번이 작은 득점 여러 개를 앞서는 쿠라시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다.
이 금메달은 한국이 아시안게임 쿠라시에서 따낸 첫 금이다.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에 그쳤던 것을 생각하면 분명한 진전이다. 하루 앞서 여자 78㎏급 모수민(한국체대)이 은메달을 목에 걸며 분위기를 만든 뒤 나온 성과이기도 하다.
김민영의 이력도 이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유도로 운동을 시작했다가 대학에서 교수의 권유로 쿠라시를 함께 시작했다. 서서 상대를 넘기는 두 종목의 공통점이 이번 금메달의 밑바탕이 된 셈이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같은 체급에서 우승했던 흐름을 아시안게임 정상까지 이어 갔다.
낯선 이름 탓에 지나치기 쉬운 종목이지만, 규칙만 알면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큰 기술 한 번에 경기가 끝날 수 있고, 반칙 하나가 점수판을 뒤집는다. 김민영의 5-0 승리는 그 두 요소가 함께 작동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