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혁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5m 속사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중국 선수와 32-32로 비긴 뒤 2차 슛오프에서 이겨 금메달을 땄다. 결선은 예선과 달리 명중과 실패로만 점수를 세기 때문에 상위권 동점이 잦고, 그럴 때 5발을 더 쏘는 슛오프로 승부를 가린다. 단체전 금메달까지 더한 개인·단체 2관왕이 12년 만에 나온 기록인 만큼, 규칙을 알고 결선 장면을 보면 왜 그렇게 극적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10월 1일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25m 속사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이건혁은 마지막 8시리즈까지 중국의 쑤롄보판과 32히트로 똑같이 묶였다. 점수가 같으면 메달 색이 정해지지 않는다. 두 선수는 5발을 더 쏘는 슛오프에 들어갔고, 1차에서도 나란히 4발을 맞혀 다시 동점이 됐다. 2차 슛오프에서 이건혁이 5발을 모두 명중시키고 쑤롄보판이 2발에 그치면서 금메달이 갈렸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32점이 왜 동점이지"부터 낯설다. 속사권총 결선의 점수 방식이 예선과 다르기 때문이다.

Tima Miroshnichenko
속사권총은 25m 거리에서 5개 표적을 정해진 시간 안에 차례로 맞히는 종목이다. 예선은 모두 60발을 쏜다. 한 세트가 5발이고, 사격 시간은 8초·6초·4초로 점점 짧아진다. 예선에서는 표적의 어느 고리를 맞혔는지에 따라 10점·9점처럼 점수가 매겨지고, 만점은 600점이다. 이건혁은 예선에서 588점을 쏴 전체 2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은 계산법을 바꾼다. 몇 점짜리 고리를 맞혔는지가 아니라, 명중이냐 아니냐만 센다. 국제사격연맹 기준으로 9.7점 이상이면 '명중' 1점, 그 아래면 '실패' 0점이다. 결선은 모두 4초짜리 5발 시리즈로 진행된다. 그래서 결선 점수는 몇백 점이 아니라 수십 '히트'로 나온다. 이건혁의 32히트는 이렇게 쌓인 숫자다.
결선에 오른 8명은 먼저 5발씩 두 시리즈를 쏜다. 여기까지는 탈락이 없다. 3시리즈부터는 매 시리즈가 끝날 때마다 점수가 가장 낮은 선수가 한 명씩 빠진다. 이렇게 한 명씩 줄어 마지막 8시리즈에서 남은 두 선수가 금메달을 두고 맞붙는다.
문제는 명중·실패로만 세다 보니 상위권 점수가 자주 겹친다는 점이다. 이번처럼 두 선수가 같은 히트 수로 끝나면 슛오프로 넘어간다. 슛오프는 5발을 더 쏴 명중 수가 많은 쪽이 이기는 방식이다. 1차에서 또 같으면 승부가 날 때까지 5발씩 다시 쏜다. 이건혁과 쑤롄보판은 1차에서 나란히 4발을 맞혀 갈리지 않았고, 2차에서 5-2로 승부가 났다. 동메달은 누적 22점을 쏜 파키스탄의 굴람 무스타파 바시르에게 돌아갔다.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다. 8시리즈로 최종 순위를 가리고, 1·2위가 동점이면 5발 슛오프, 그래도 같으면 한쪽이 앞설 때까지 반복한다. 짧은 시간에 집중력이 흔들리면 그 발이 바로 실패로 기록되기 때문에, 슛오프에서 5발을 모두 맞힌다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건혁은 같은 날 단체전 금메달도 함께 땄다. 송종호·윤서영과 함께 1749점을 합산해 1740점의 중국을 9점 차로 눌렀다. 개인전까지 더해 2관왕이다.
한국 남자 25m 속사권총이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가져온 건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한 대회에서 함께 석권한 것도 그 이후 처음이다. 속사권총은 중국의 벽이 높았던 종목이라, 개인전 결선에서 중국 선수를 슛오프 끝에 넘고 단체전에서도 근소하게 앞선 이번 결과는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규칙을 알고 보면 32-32에서 벌어진 슛오프가 왜 그렇게 긴장됐는지 보인다. 명중 한 발이 메달 색을 바꾸는 구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