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플레이오프에서 2승 1패로 앞선 가운데 30일 4차전 승부가 한국시리즈 일정을 가른다. 4차전에서 끝내면 이틀을 쉬고 로테이션을 세우지만, 5차전까지 밀리면 휴식 없이 KT전 1~2차전 선발이 꼬인다. 쉬면서 대니엘·고영표를 정렬하는 KT와의 출발선 차이를 투수 기용으로 지켜볼 만하다.

삼성과 KIA의 플레이오프는 5전 3선승제로 치러지고 있다. 1차전(10월 26일)은 KIA가 5-1로, 2차전은 삼성이 8-3으로, 29일 광주 3차전은 삼성이 6-4로 가져가 삼성이 2승 1패로 앞섰다. 30일 광주 4차전에서 삼성이 이기면 3승 1패로 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라 정규시즌 1위 KT와 만난다. KIA가 잡으면 2승 2패가 되고, 11월 1일 대구에서 마지막 5차전을 치른다.
여기서 팬이 눈여겨볼 지점은 승패 자체가 아니라, 이 시리즈가 몇 차전까지 가느냐다. 그 한 경기 차이가 한국시리즈 선발 로테이션을 통째로 흔들기 때문이다.

Mark Milbert
선발 투수는 한 번 던지면 보통 나흘을 쉰 뒤에야 제 기량으로 다시 올라온다. 포스트시즌이 길어질수록 에이스가 다시 등판할 수 있는 날짜가 뒤로 밀리고, 그만큼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누구에게 맡길지가 좁아진다.
이번 삼성이 전형적인 예다. 마무리 김재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선발 자원인 원태인이 불펜으로 나서고 있다. 2차전 1이닝 무실점, 3차전 1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는데, 4차전에도 명단에 올라 등판하면 고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던지게 된다. 믿을 투수를 짧은 시리즈에 집중 투입하는 만큼, 다음 시리즈 초반엔 그만큼 여력이 줄어든다.
삼성이 30일 경기를 끝내면 31일과 11월 1일을 쉰 뒤 2일 한국시리즈에 들어간다. 이틀의 여유는 작지 않다. 이 경우 1차전에 1선발을 세우고, 불펜으로 소모한 원태인을 다시 선발 혹은 중간 키로 재배치할 시간이 생긴다. 4차전 선발인 페덱도 휴식일을 채운 뒤 한국시리즈 2~3차전에 맞춰 올릴 수 있다.
정리하면, 4차전에서 끝내는 것이 삼성에는 단순히 '먼저 올라간다'를 넘어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세울 수 있느냐의 문제다.
반대로 승부가 11월 1일 5차전까지 밀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5차전을 치른 팀은 하루 남짓 만에 한국시리즈 1차전을 맞는다. 5차전에 선발과 주력 불펜을 모두 쏟아부었다면, 한국시리즈 1차전은 로테이션 순서가 아니라 '그날 던질 수 있는 투수'로 짜야 한다. 1선발을 1차전에 못 쓰고 2~3차전으로 미루거나, 불펜 데이로 버티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
5차전이 성사될지, 그때 누가 남아 있을지는 지금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올라가는 팀이 치르는 대가가 커진다는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이 변수들의 반대편에 정규시즌 1위 KT가 있다. KT는 플레이오프 없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투수진을 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보도에 따르면 1차전 선발은 데이비스 대니엘이 유력하고, 2차전은 고영표와 로건 앨런 사이에서 저울질하고 있다. 고영표는 정규시즌 15승에 평균자책 3.28을 기록한 투수다.
쉬면서 선발 순서를 고를 수 있는 쪽과, 방금 5전제를 끝내고 올라온 쪽의 출발선은 같지 않다. 한국시리즈가 KT 홈에서 시작한다는 점까지 더하면, 플레이오프를 짧게 끝내는 것이 올라가는 팀에게 그만큼 절실하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4차전부터는 점수판만큼 투수 기용을 같이 보면 재미가 깊어진다. 삼성이 4차전에서 원태인을 또 쓰는지, 쓴다면 몇 개를 던지게 하는지가 한국시리즈 초반 카드의 힌트가 된다. 1차전에 맞붙었던 페덱과 네일이 4차전에 다시 나오는 것처럼, 짧은 휴식 뒤 재등판한 선발이 몇 이닝을 버티느냐도 체력 소모를 가늠하는 지표다. 승리팀이 결정되면, 그다음은 '누구를 아껴 뒀나'를 세어 보는 일이 한국시리즈 관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