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가 10월 27일 KIA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2세 10개월 나이로 솔로 홈런을 쳐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을 자신의 손으로 다시 썼다. 1차전을 내줬던 삼성은 이 한 방을 포함한 8-3 승리로 시리즈를 1승 1패 원점으로 돌렸다. 2024년 한국시리즈에서 세운 자신의 기록을 다시 넘긴 데다 친정 복귀 첫 시즌의 활약이라는 점에서, 이 홈런은 단순한 개인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10월 27일 대구에서 열린 KIA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7회말에 최형우의 방망이가 돌았다. 상대 투수 김범수의 2구째 133㎞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긴 125m짜리 솔로포였다. 이 한 방으로 그는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을 다시 썼다.
흥미로운 건 그가 깬 기록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었다는 점이다. 2024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40세 10개월에 세운 기록을, 이번엔 42세 10개월의 나이로 경신했다. 2년 사이 자신이 올려놓은 벽을 한 번 더 넘긴 셈이다. 가을 무대에서 이 나이에 담장을 넘기는 타자는 그동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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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는 2016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어 KIA로 떠났던 선수다. 친정 삼성으로 돌아온 건 지난해 12월, 2년 최대 26억 원 계약을 통해서였다. 전성기를 지난 베테랑에게 적지 않은 투자였고, 그만큼 복귀를 두고 물음표도 따라붙었다. 성적이 꺾이기 쉬운 나이에 억대 계약을 안기는 선택은 프런트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결정이었다.
답은 시즌 초부터 나왔다. 3월 31일 두산전에서 그는 42세 3개월에 홈런을 쳐, 추신수가 갖고 있던 KBO 역대 최고령 홈런 기록까지 새로 썼다. 친정 복귀 첫 홈런이 곧 리그 최고령 기록이었다. 포스트시즌의 이번 홈런은 그 연장선 위에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상대는 그가 한동안 몸담았던 KIA였다. 옛 동료, 후배들과 가을 무대에서 맞붙은 자리에서 결정적인 한 방이 나왔다는 점도 이 홈런에 이야깃거리를 더한다.
이날 박진만 감독은 침묵하던 타선에 변화를 주려 최형우를 5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경기를 끌고 갔다.
그의 활약은 홈런 한 개에 그치지 않았다. 2회말 우전 안타로 포스트시즌 최고령 안타 기록을, 5회말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최고령 타점 기록을 함께 세웠다. 수비에서도 6회초 KIA 카스트로의 타구를 빠르게 처리해 2루에서 주자를 잡아내는 보살을 기록했다.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경기에 관여한 셈이다.
정리하면 이날 하루에 포스트시즌 최고령 출장·안타·타점·홈런 기록이 한 사람의 이름으로 묶였다. 최고령 출장 기록은 2017년 이호준(당시 41세 8개월)이 갖고 있던 것이었다. 42세 베테랑에게 흔히 기대하는 '대타 한 타석'과는 거리가 먼 풀타임 활약이었다.
삼성은 1차전을 1-5로 내주며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2차전마저 놓치면 KIA에 흐름을 완전히 넘겨줄 상황이었다. 그 길목에서 중심 타자의 방망이가 터졌고, 삼성은 8-3으로 이겨 시리즈를 1승 1패 원점으로 돌렸다.
기록 자체는 개인의 영역이지만, 이날만큼은 팀의 숨통을 틔운 한 방이었다고 볼 수 있다. 1차전 패배 뒤 얼어붙었던 타선에서 가장 먼저 살아난 쪽이 베테랑이었기 때문이다. 타선 전체가 8점을 뽑아낸 흐름의 출발점에 그의 방망이가 있었다.
시리즈가 어디로 흐를지는 이후 경기에 달렸다. 다만 삼성이 원점에서 다시 출발할 발판만큼은 42세의 손에서 나왔다. 기록은 숫자로 남지만, 그 숫자가 승부의 분기점과 겹쳤다는 점이 이번 홈런의 진짜 무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