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한국시리즈 1·2차전에 에이스 원태인을 선발이 아닌 불펜에 대기시키고, 1차전 선발은 최원태로 정했다. 마무리 김재윤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원태인을 승부처용 카드로 남겨 둔 것이고, 선발 복귀 여부는 최원태의 이닝 소화와 원태인의 몸 상태에 달렸다. 경기 중 최원태가 몇 회까지 버티는지, 불펜에서 원태인이 몸을 푸는지를 보면 삼성의 다음 수를 읽을 수 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올린 투수는 에이스 원태인이 아니라 최원태다. 박진만 감독은 1·2차전 동안 원태인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고 불펜에 대기시키겠다고 했다. 1차전부터 최원태, 페덱, 후라도 순으로 선발 세 명을 먼저 세운 구성이고, 원태인은 여기서 빠져 있다.
상황부터 짚으면, KT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1·2차전과 6·7차전을 홈 수원에서 치른다. 반대로 삼성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오느라 투수 소모가 더 쌓인 채 시리즈를 맞았다. 쉬고 기다린 팀과, 싸워서 올라온 팀의 마운드 사정이 다르다는 점이 이번 운영의 출발점이다.
여기에 마무리 공백이 겹쳤다. 정규시즌 세이브왕 김재윤이 포스트시즌 직전 어깨 부상으로 빠지면서 뒷문이 헐거워졌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원태인을 1·2차전 불펜에 두었다가 2차전 9회를 맡겨 승리를 지켰고, 3차전엔 선발로 돌려 6이닝을 책임지게 했다. 에이스를 상황에 따라 선발로도, 마무리로도 쓰는 그림이다.
장점은 분명하다. 가장 믿을 만한 투수를 아껴 뒀다가 승부처에 바로 꽂을 수 있다. 단점도 그만큼이다. 불펜 대기는 선발 등판 간격을 흐트러뜨리고, 정작 긴 이닝을 맡겨야 할 때 체력이 깎여 있을 수 있다. 박 감독도 플레이오프와 달리 한국시리즈에서는 더 많은 선발 투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ban Lopez Luna
원태인의 선발 복귀는 확정이 아니다. 박 감독은 고민 중이라며 원태인의 몸 상태와 본인 의중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3차전 기본 선발도 원태인이 아니라 후라도 쪽에 가깝다. 등판 시점이 경기 흐름에 따라 갈린다는 뜻이다.
경우를 나눠 보면 이렇다. 1차전 선발 최원태가 길게 버텨 주면 불펜의 원태인 투입을 줄일 수 있고, 아낀 원태인을 삼성 홈인 대구 경기에 선발로 돌릴 여지가 생긴다. 대구에서 쉬어 둔 에이스를 홈 관중 앞에 선발로 내는 건 삼성이 그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반대로 수원에서의 초반 두 경기에서 삼성이 밀리면, 원태인을 불펜에서 일찍 꺼내 급한 불을 끄는 쪽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대구 선발 등판 그림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결국 1차전에서 최원태가 얼마나 이닝을 먹느냐가 분기점이다. 그 결과가 원태인을 선발로 되돌릴지, 불펜에 묶어 둘지를 가른다.
중계를 볼 때 다음 장면이 삼성의 다음 수를 먼저 알려 준다.
정리하면, 삼성의 계획은 못 박힌 게 아니라 1·2차전 전개에 따라 움직이는 저울에 가깝다. 원태인이 선발로 돌아오느냐, 끝까지 불펜 카드로 남느냐는 수원에서의 초반 두 경기가 결정한다. 중계 화면 속 불펜 움직임과 최원태의 투구 수를 함께 보면,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에 삼성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