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이 왼발 리스프랑 인대 파열을 안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높이뛰기에서 2m22로 동메달을 땄다. 정상이라면 두세 달 깁스가 필요한 부상을 열흘 만에 딛고 뛴 결과라, 3연속 아시안게임 메달이라는 기록보다 복귀 그 자체가 무거웠다. 팬이라면 무리한 조기 복귀가 남긴 발 상태와 세계선수권·LA 올림픽으로 이어질 재활 일정을 지켜봐야 한다.
우상혁이 9월 27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2를 넘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m25를 두 차례, 이어 2m28을 다시 넘지 못하면서 우승 기록권(2m25)에는 3cm가 모자랐다.
기록만 보면 아쉬운 순위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은메달을 땄던 과거보다 더 후련해했다. 이유는 시상대가 아니라 그 자리에 서기까지의 과정에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3연속 아시안게임 메달이지만, 우상혁은 "발목이 부서지도록 뛴 것 같다"는 말로 이번 동메달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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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세이코 골든 그랑프리. 당시 외부에는 가벼운 찰과상 정도로 전해졌지만, 실제 진단명은 왼발 리스프랑 인대 파열이었다. 우상혁은 압력을 받아 스파이크가 조금씩 터지던 부위가 벌어지면서 발에 충격이 전해졌다고 부상 경위를 설명했다.
문제는 심각성이었다. 그는 "발끝을 들 수가 없었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아픔이 느껴졌다", "서 있기조차 어려웠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의료진은 깁스를 두세 달 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우상혁은 대회가 끝나고 열흘 정도 만에 다시 훈련에 복귀했다. 두세 달과 열흘, 이 간격이 이번 동메달의 무게를 만든다.
리스프랑 인대는 발등 중간에서 첫 번째 설상골과 두 번째 중족골을 잇는 짧고 강한 인대다. 발의 아치 구조를 지탱하는 핵심이어서, 손상되면 발 전체의 안정이 흔들리고 구조 변형과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부상이 까다로운 첫 번째 이유는 진단이다. 흔한 발목 염좌와 증상이 비슷하고, 라포르시안 등 의료 매체 설명을 보면 X선 사진에도 애매하게 잡히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 단순 타박상으로 넘어가기 쉽다. 우상혁의 부상이 처음에 찰과상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두 번째는 회복이다. 방치하면 만성 통증이나 외상성 관절염, 족부 변형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비수술로 치료해도 완전한 회복까지 6개월 이상 걸릴 수 있고, 손상 정도가 크면 나사나 플레이트로 고정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발로 지면을 강하게 눌러 도약하는 높이뛰기 선수에게 발등 인대는 경기력과 직결되는 부위다. 열흘 만에 뛴다는 것 자체가 통상적인 판단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우상혁이 넘어야 했던 벽은 통증만이 아니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렇게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며 "뛰는 것에 관한 거부 반응도 있었고, 바가 높게 보였다"고 털어놨다. 다시 다칠지 모른다는 불안이 도약 앞에서 몸을 붙잡은 것이다.
큰 부상을 겪은 운동선수에게 이런 트라우마는 드물지 않다. 기록을 좇기보다 완주에 의미를 둔 선택이 이번 동메달에 담긴 셈이다. 우상혁 스스로 이번 메달을 "행복한 점프"라고 부른 이유다.
우상혁은 이번 성과를 "2028 LA 올림픽까지 도전하라는 메시지 같다"고 받아들였다. 내년 세계선수권과 LA 올림픽을 향한 긴 일정의 출발점에 선 것이다.
다만 응원하는 입장에서 눈여겨볼 것은 다음 대회 순위가 아니다. 정상적인 치료 기간을 크게 앞당겨 뛴 만큼, 남은 재활에서 발 상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리스프랑 부상은 무리하면 후유증이 길게 남을 수 있는 종류다. 당장의 기록보다, 통증 없이 도약할 수 있는 발을 되찾는 과정이 향후 몇 달간 우상혁을 볼 때 확인할 진짜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