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아시안게임 선수촌이 크루즈와 컨테이너로 나뉜 가운데 누수, 195cm 침대, 폭우 대피, 침실 부족 같은 불편이 개막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수면과 이동, 식사 같은 회복 루틴이 흔들리면 장신 종목과 대회 초반 일정 선수의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초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평소 기량을 내는지, 조직위가 항의에 개선책을 내놓는지를 지켜볼 만하다.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선수 한곳에 모으는 전통적 선수촌을 짓지 않았다. 조직위는 비용 절감과 친환경을 이유로 시내 호텔에 약 9000명, 나고야항에 정박한 크루즈 코스타 세레나호에 약 4000명, 컨테이너형 조립식 숙소에 약 2000명을 나눠 수용했다.
문제는 개막(9월 19일) 전부터 시설 불만이 잇따랐다는 점이다. 남자농구 대표팀 가드 변준형은 세면대 배관에서 물이 새 바닥이 젖은 화장실을 SNS에 올리며 "살려주세요"라고 적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컨테이너 선수촌 침실이 약속보다 부족하다며 "100개를 제공하기로 했다면 지금 20개 정도가 부족하다"고 했다.
날씨까지 겹쳤다. 시간당 100㎜를 넘는 집중호우 때 컨테이너 숙소에 있던 선수·관계자 약 400명이 긴급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Photo by Marcus Loke on Unsplash
컨디션 이야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침대다. 컨테이너 숙소 침대 길이가 195㎝인데, 농구처럼 2m 안팎 선수가 많은 종목에는 애초에 맞지 않는다. 여기에 3명이 한 방을 쓰는 구조까지 더해졌다.
수면은 회복의 기본이다. 몸을 다 펴지 못하는 침대와 좁은 방은 장신 라인업을 가진 농구, 배구 같은 종목에서 회복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조건이다. 다만 이것이 실제 성적으로 이어졌는지는 개막 전인 현재로선 확정할 수 없다. 지금은 '컨디션에 불리할 수 있는 환경'까지가 사실이다.
숙소만큼이나 반복된 문제가 이동과 대기다. 한국 선수단은 입국 때 공항에서 최소 3시간 이상 대기했고, 일부는 5시간 넘게 발이 묶였다. 탁구 대표팀은 공항에서 3시간, 웰컴센터에서 2시간을 더 기다린 뒤 저녁 7시가 지나서야 숙소에 들어갔다. 조정 대표팀은 사비로 택시를 탔다.
경기 운영에서도 차질이 나왔다. 15일 U-23 남자축구 카타르전에서는 셔틀버스가 목적지를 잘못 알아 야구장으로 향하는 바람에 30분 늦었고, 16일에는 회복 훈련 차량이 배치되지 않아 훈련 시작이 25분 밀렸다.
이런 변수는 대회 초반에 경기가 잡힌 종목일수록 부담이 크다. 시차와 낯선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짧은 상태에서 이동 리스크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식사도 도마에 올랐다. 태국 대표팀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쌀밥이 일회용 컵에, 닭고기가 세 조각, 파스타가 한 덩이 수준으로 나와 "다이어트식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태국 세팍타크로 대표팀은 숙소 배정이 누락돼 크루즈 로비 바닥에서 잤고, 인도 일부 종목은 14시간을 기다린 뒤에야 방을 받았다.
엘리트 선수에게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은 훈련만큼 중요한 회복 수단이다. 이 루틴이 대회 초반에 흔들리면, 하루에 여러 경기를 치르거나 토너먼트 후반까지 가는 종목에서 체력 관리가 더 빡빡해질 수 있다.
정리하면 컨디션 리스크는 종목별로 다르게 작동한다. 장신 종목은 잠자리, 대회 초반 일정 종목은 이동·적응, 다경기 종목은 회복 루틴이 각각 약한 고리다. 반대로 시내 호텔에 배정된 종목이라면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할 수 있다.
결국 두 가지를 보면 된다. 하나는 초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평소 기량을 내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항의에 조직위가 침실 부족과 이동 문제를 실제로 손보는지다. 이 두 흐름이 대회 성적의 배경을 읽는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