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8-0까지 앞서고도 삼성의 추격을 받아 8-7 한 점 차로 이겼다. 선발 대니엘이 6이닝을 마친 뒤 중간 불펜이 7~8회 연달아 흔들리면서 마무리 박영현이 8회부터 투입돼 경기를 지켰다. 2차전에서는 KT가 중간 계투를 누구로 메우고 박영현을 다시 어디에 쓰느냐, 그리고 삼성이 빨리 소모한 불펜을 어떻게 추스르느냐가 승부를 가를 지점이다.
KT는 1차전(11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초반부터 삼성을 몰아붙였다. 1회 힐리어드의 2타점 2루타와 김상수의 내야안타로 3점을 먼저 뽑았고, 3회에는 안현민이 좌월 투런 홈런을 쳐 5-0을 만들었다. 이 홈런으로 삼성 선발 최원태는 3회를 넘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KT의 득점은 계속됐다. 5회 한승택의 솔로포로 6-0, 6회 김현수의 우월 투런포로 8-0. 한 경기에서 터진 홈런 세 방이 리드를 벌렸다. 선발 대니엘은 6이닝 동안 삼성 타선을 잠재웠고, 6회까지만 보면 사실상 끝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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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7회부터 바뀌었다. 삼성 구자욱이 좌중월 투런 홈런으로 8-2를 만들며 추격의 신호탄을 쐈고, 이어 이재현의 2타점 적시타로 점수 차가 8-5로 좁혀졌다. 8회에도 김성윤의 적시타로 8-6이 됐다.
여기서 KT의 운용이 드러났다. 대니엘이 내려간 뒤 올라온 중간 불펜이 연달아 흔들리자, KT는 마무리 박영현을 8회 만루 위기에서 조기에 꺼냈다. 박영현은 등판하자마자 폭투로 한 점을 더 내줘 8-7까지 쫓겼지만, 그 뒤로는 추가 실점을 막고 9회까지 책임지며 한 점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8점을 앞서던 경기에서 마무리가 다섯 개 안팎의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했다는 점이 이날 KT 벤치의 부담을 그대로 보여준다.
보도마다 8회 중간 계투의 등판 이름과 순서는 조금씩 다르게 전해졌다. 다만 대니엘 이후 올라온 중간 투수들이 연쇄적으로 실점했고, 그 결과 마무리를 예정보다 일찍 투입했다는 흐름은 공통적이다.
삼성은 선발 최원태가 3회에 무너지면서 경기 초반부터 불펜을 길게 돌려야 했다. 추격의 힘은 보여줬지만, 역전까지 밀어붙일 투수 여력은 넉넉하지 않았다. 반대로 KT는 선발이 6이닝을 버틴 덕분에 불펜 소모를 줄일 수 있었는데도, 중간 계투 한 구간이 흔들리며 마무리를 미리 쓰는 쪽으로 몰렸다.
즉 같은 1차전을 치르고도 삼성은 '선발 조기 강판으로 인한 불펜 과부하', KT는 '중간 계투 불안으로 인한 마무리 조기 소모'라는 서로 다른 숙제를 안고 2차전을 맞게 됐다.
팬 입장에서 2차전은 몇 가지 기준으로 지켜볼 만하다.
첫째, KT가 7~8회를 누구에게 맡기느냐다. 1차전에서 드러난 중간 계투의 불안을 그대로 둘지, 교체 시점을 앞당길지가 관건이다. 둘째, 박영현의 재투입 여력이다. 1차전에서 멀티이닝을 소화한 만큼 2차전에도 길게 쓰기는 부담스럽다. 리드 폭이 애매할 때 KT가 언제 그를 꺼내는지가 경기 운영의 척도가 된다. 셋째, 삼성 불펜의 회복이다. 1차전에서 빨리 소모한 투수진이 하루 사이 얼마나 정비되느냐에 따라 삼성의 추격 지속력이 달라진다.
여기에 라인업 변수도 있다. 김현수는 7회 수비 도중 왼손 엄지를 다쳐 교체됐고, 검진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불안해 뛸 수 없다며 병원행을 미뤘다. 이강철 감독도 상태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2루타를 친 김민혁 역시 고관절 통증으로 다음 경기 출전이 불투명하다. 이날 포스트시즌 통산 150루타 신기록을 세운 김현수가 빠질 경우 KT 타선의 중심이 흔들릴 수 있어, 부상 상태가 2차전 라인업의 첫 변수다.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간 확률은 과거 사례상 73.8%로 높은 편이다. 다만 그 수치는 '유리하다'는 뜻이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8점 차가 한 점 차로 좁혀진 1차전 자체가, 리드만으로는 시리즈가 정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