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광주에서 KIA 이호연이 9회말 2사 만루서 대타로 끝내기 만루홈런을 쳐 롯데에 8-5 역전승을 거뒀다. 9회말 2사 대타 역전 끝내기 만루포는 KBO 45년 사상 처음으로, 이틀 전 키움전에서 반대로 끝내기 만루포를 맞고 무너졌던 KIA가 같은 방식으로 되갚은 장면이다. 이 승리로 연패를 끊은 KIA가 4위에서 3위 LG 추격의 발판을 다시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8월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뒤지고 있던 KIA는 9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이호연을 내세웠다. 상대는 세이브를 눈앞에 둔 롯데 마무리 김원중. 볼카운트가 몰린 4구째, 시속 133km짜리 실투가 가운데로 몰렸다. 이호연은 이 공을 걷어올렸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겼다. 스코어는 단숨에 8-5로 뒤집혔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끝내기 만루홈런은 그 자체로 흔치 않다. 여기에 '대타'와 '역전'이 겹치면 더 귀해진다. 이날 장면이 특별했던 건 조건이 하나 더 붙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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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해를 정리해야 한다. 대타로 나와 9회말 역전 끝내기 만루홈런을 친 사례가 이호연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두산 송원국, 2017년 넥센 이택근이 앞서 같은 장면을 만들었다.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이 범위만 보면 '최초'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기록이 진짜 '최초'가 되는 지점은 조건을 한 칸 더 좁힐 때다. 이호연은 '9회말 2사'였다. 아웃 하나만 더 당하면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벼랑 끝 상황에서 나온 대타 역전 끝내기 만루포는, 프로야구 45년 역사에서 이호연이 처음이다. 같은 '끝내기 만루포'라도 몇 번째 아웃에서 나왔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이 한 줄이 이번 기록의 핵심이다.
이호연은 경기 뒤 이번 달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기일이라며, 홈런을 치고 나니 아버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KIA는 얼마 전 같은 장면의 반대편에 있던 팀이다. 이틀 전인 8월 23일 고척 키움전에서 KIA는 7-2로 넉넉히 앞서다 9회말을 지키지 못했다. 마운드가 흔들린 끝에 키움 김재현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고 7-8로 무너졌다. 다 잡았던 경기를 만루포 한 방에 통째로 내준 대역전패였다.
그 패배를 KIA는 이틀 만에 정확히 같은 무기로 되갚았다. 당하는 쪽에서 안기는 쪽으로 입장이 바뀐 셈이다. 만루포에 울고 만루포에 웃기까지 걸린 시간이 이틀. 야구에서 이런 대칭이 이렇게 짧은 간격으로 겹치는 일은 드물다. 무너진 뒤 곧바로 되받아쳤다는 점에서 팀의 회복력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내용만큼이나 시점이 좋았다. 키움전 붕괴로 흐름이 꺾였던 KIA는 이 만루포로 연패를 끊었다. 4위 자리를 지켰고, 반대로 롯데는 이 패배로 6위까지 내려갔다.
KIA의 시선은 위쪽을 향한다. 3위 LG와의 격차를 좁혀야 가을야구에서 유리한 자리를 잡을 수 있는데, 만약 이틀 전 같은 패배가 반복됐다면 추격 동력과 팀 분위기가 함께 흔들렸을 상황이었다. 극적인 한 경기가 순위표의 숫자보다 흐름에서 더 큰 몫을 한 이유다.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이 한 방을 기세로 바꿔 3위 경쟁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느냐다. 만루포 한 방이 순위를 직접 끌어올리진 않는다. 다만 꺾였던 흐름을 되돌릴 계기로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