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이 20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테크볼 남자 단식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축구공을 곡선형 테이블 위로 주고받는 이 종목에서 그는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8경기 전승,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21살까지 축구선수, 이후 생산직 계약직을 거쳐 올해 2월 종목 채택 소식에 생업을 접고 훈련에 매달린 이력이 이번 금메달의 배경이다.

9월 20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이준석이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라크의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를 세트 점수 2-0(12-11, 12-5)으로 꺾었다.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이준석은 이 종목의 초대 챔피언이 됐다. 앞서 근대5종에서 나온 금메달들에 이어 한국의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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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볼은 축구와 탁구를 섞어놓은 경기다. 가운데가 볼록하게 휘어진 곡선형 전용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축구공을 상대 진영으로 넘긴다. 탁구처럼 테이블 너머로 공을 주고받지만, 손을 쓸 수 없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발과 머리, 가슴 등 축구에서 쓰는 신체 부위로만 공을 다뤄야 한다.
한 세트는 12점을 두고 겨루고, 이번 남자 단식 결승은 두 세트를 먼저 따낸 이준석의 승리로 끝났다. 족구가 바닥에 친 네트를 넘긴다면, 테크볼은 무릎 높이의 휘어진 테이블 위로 공을 넘긴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공이 테이블에 맞고 튀는 각도까지 계산해야 해서, 축구 감각과 탁구 감각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준석의 우승 과정은 완벽에 가까웠다. 조별리그 5경기를 모두 세트를 내주지 않고 이겼고, 19일 4강전에서는 쿠웨이트의 에이단 자이드를 상대로 1세트를 따낸 뒤 상대의 부상 기권으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까지 합쳐 조별리그부터 8경기 전승, 단 한 세트도 잃지 않았다.
결승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1세트 초반 서브 실수로 0-3까지 밀렸고, 한때 5-9로 점수 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중반부터 상대 실수를 유도하며 따라붙어 11-11 동점을 만든 뒤 강한 공격으로 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는 초반부터 앞서가며 12-5로 마무리했다.
이준석의 이력은 정통 엘리트 코스와 거리가 멀다. 그는 21살까지 K4리그에서 축구선수로 뛰었고, 이후 족구를 거쳐 테크볼에 입문했다.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는 대기업 생산직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전환점은 올해 2월이었다. 테크볼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생업을 접고 훈련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 선택이 반년 남짓 만에 초대 금메달로 돌아온 셈이다.
테크볼은 아직 국내에 널리 알려진 종목이 아니다. 그런 만큼 정식종목 첫 채택과 초대 챔피언 배출은 종목 저변에 상징적인 계기가 된다. 다만 비인기·신생 종목에서 나온 금메달이 실제 선수 유입이나 지원으로 이어질지는 이번 대회 이후의 관심과 투자에 달려 있다. 당장은 낯선 이름의 종목에서 나온, 사연 있는 금메달 하나가 대회 초반 한국 선수단에 활력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