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삼성 양창섭이 한화 노시환의 헬멧을 143㎞ 투심으로 맞혀 올 시즌 13번째 헤드샷 자동 퇴장이 나왔다. 헤드샷 판정 기준은 2014년 이후 그대로이고, 직구가 머리에 닿으면 고의와 무관하게 퇴장이라 사례가 계속 쌓이는 것이다. 중계에서 비슷한 장면을 보면 직구인지 변화구인지와 헬멧에 실제로 닿았는지를 확인하면 퇴장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8월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삼성 선발 양창섭이 1회초 1사 2·3루에서 한화 4번 노시환에게 초구를 던졌다. 143㎞ 투심 패스트볼이 몸쪽으로 치솟아 헬멧을 때렸고, 노시환은 놀라 쓰러졌다가 곧 일어나 1루로 걸어 나갔다. 큰 부상은 없었다.
양창섭은 이 공 하나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18구를 던지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채 자동 퇴장, 올 시즌 KBO에서 나온 13번째 헤드샷 퇴장이었다. 선발 투수가 첫 이닝도 마치지 못하고 물러난 것이다. 삼성은 이후 경기를 뒤집어 이겼지만, 선발이 사라진 부담은 그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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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규정은 투수가 던진 빠른 공이 타자의 머리·얼굴·헬멧에 맞거나 스치면 고의성과 관계없이 그 투수를 곧바로 퇴장시킨다. 구속이 빠르든 느리든, 맞히려는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판정은 같다. 반면 변화구가 머리 쪽으로 오는 경우는 퇴장이 아니라 경고 대상이다.
핵심은 '직구'와 '실제 접촉'이다. 스치기만 해도 퇴장이라, 타자가 살짝 헬멧에 맞고 멀쩡히 일어나도 투수는 물러나야 한다. 머리가 아닌 몸이나 어깨에 맞은 공은 타자가 1루로 걸어 나가는 사구로 끝나고 투수는 그대로 던진다. 퇴장까지 가는 건 머리와 얼굴, 그리고 그것을 감싼 헬멧에 한정된다.
이 규정은 올해 새로 생긴 게 아니다. 2013년 삼성 배영섭이 강속구에 머리를 맞고 뇌진탕을 호소한 사건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돼 2014년부터 시행됐다. 머리 부상은 회복이 길고 후유증이 큰 만큼, 규정은 애매한 상황을 투수 퇴장 쪽으로 기울여 두고 있다. 타자가 실제로 다쳤는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장면은 시즌 내내 나왔다. 5월 19일 광주에서는 LG 선발 톨허스트가 KIA 김도영의 헬멧 챙을 150㎞ 직구로 스쳤다. 김도영은 재빨리 피했고 공은 헬멧 끝만 건드렸지만, 톨허스트는 10구 만에 시즌 6번째 헤드샷 퇴장으로 물러났다.
이 사례에서는 투수 쪽 억울함이 불거졌다. KIA 구단 내부 분석에서 충격이 '가벼운 접촉' 수준으로 측정됐는데도 선발이 강판됐기 때문이다. 스침과 강타를 규정이 똑같이 다루면서 생기는 마찰이다. 양창섭의 143㎞ 투심이 헬멧을 정통으로 때린 것과, 톨허스트의 공이 챙을 스친 것이 판정문상으로는 같은 '헤드샷 퇴장'으로 남는다.
퇴장의 대가는 팀에도 작지 않다. 선발이 1회에 사라지면 불펜이 예정보다 일찍, 그것도 준비 없이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양창섭과 톨허스트 모두 아웃카운트를 채우기도 전에 물러나면서 팀의 투수 운용이 첫 이닝부터 헝클어졌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잦을까. 먼저 분명히 할 것은, 판정 기준이 올해 강화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2026년 KBO 규정 변화 항목에는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ABS)과 피치클락 조정 등이 들어갔을 뿐, 헤드샷 규정은 손대지 않았다. 심판이 갑자기 엄격해진 것도 아니다.
원인을 투수들의 제구 난조 하나로 돌리기도 이르다. KBO는 사례가 늘어난 이유에 대한 공식 분석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규정이 고의도, 구속도, 접촉 강도도 따지지 않는 기계적 구조여서, 몸쪽 빠른 공이 높게 뜨는 장면이 반복되면 숫자는 자연히 쌓인다. 가벼운 헬멧 접촉까지 선발 강판으로 이어지는 데 대해 처벌 수위를 다시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 규정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중계를 보다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 세 가지만 확인하면 퇴장 여부를 대체로 가늠할 수 있다.
투수가 억울해 보이는 장면이라면, 대개 스침 정도가 가벼웠던 경우다. 규정이 접촉 강도를 나누지 않는 한, 양창섭과 톨허스트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