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2홈런을 친 삼성 김영웅이 올 시즌 타율 0.173에 그쳐 9월 14일 2군으로 내려갔고, 박진만 감독은 부진 원인으로 '주변의 이상한 소스'를 지목했다. 삼진을 피하려다 특유의 풀스윙을 잃은 것이 문제라는 진단으로, 성적보다 타격 스타일 상실을 짚은 말이다. 1위 삼성이 가을야구를 앞둔 만큼, 김영웅이 2군에서 스윙을 되찾느냐가 복귀와 타선 운용의 관건이다.
지난해 김영웅은 125경기에서 타율 0.249에 22홈런 72타점을 올렸다. 2024년에 이어 2년 연속 20홈런을 넘기며 삼성의 차세대 거포로 자리를 굳혔다. 그런 선수가 올해는 45경기 타율 0.173(156타수 27안타), 홈런 4개, OPS 0.487에 그쳤다.
하락 폭이 특히 가팔랐던 건 9월이다. 9월 아홉 경기에서 타율 0.042. 사실상 안타를 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8월 23일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1군에 올라왔지만 반등은 오래가지 않았고, 삼성은 9월 14일 그를 다시 경산으로 내려보냈다. 2군에 내려간 뒤 복귀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숫자만 보면 슬럼프라는 말로 넘기기 어렵다. 지난해 대비 홈런은 5분의 1 수준이고, 규정 타석을 채우던 주전이 한 시즌에 두 차례나 말소됐다. 스물세 살, 팀의 미래를 책임질 거포로 꼽히던 선수라는 점에서 삼성 입장에서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하락이다.
Photo by Lesly Juarez on Unsplash
박진만 감독은 9월 17일 부진의 배경으로 외부의 조언을 지목했다. "주변에서 야구와 관련된 분들이 자꾸 이상한 소스를 주다 보니까, 어린 선수가 거기에 많이 휩쓸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여기서 '이상한 소스'는 특정 인물을 겨냥한 폭로가 아니라, "삼진을 당하지 말라"는 식의 조언을 가리킨다. 감독의 진단은 이렇다. 삼진을 줄이려다 보니 김영웅이 원래 무기였던 호쾌한 풀스윙을 접고, 방망이를 공에 억지로 갖다 대는 소극적인 타격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거포의 장점은 헛스윙과 한 세트다. 삼진을 두려워하는 순간 스윙은 짧아지고, 타구 질도 함께 죽는다. 박 감독이 안타까워한 지점도 결국 성적 그 자체가 아니라, 선수가 자기 스타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이 발언을 단순한 질책보다 '원래대로 돌아오라'는 주문으로 읽는 게 맞다.
다만 조언을 준 '주변'이 누구인지는 감독도 특정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의 영역이므로, 팬 사이에서 도는 이름을 사실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김영웅이 빠진 3루는 전병우가 메우고 있다. 그사이 삼성은 72승 3무 46패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고, 정규리그 우승 확률은 77.8%까지 올라왔다. 즉 삼성은 김영웅 없이도 상위권 전력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 대목이 김영웅 복귀를 '필수'가 아닌 '선택적 변수'로 만든다. 1위를 지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면, 삼성은 짧은 재정비 기간을 김영웅의 타격감 회복에 쓸 여유가 생긴다. 반대로 순위 경쟁이 마지막까지 흔들린다면 검증되지 않은 타격감을 안고 그를 다시 올리는 부담이 커진다.
정리하면 판단 기준은 두 가지다. 김영웅이 2군에서 본래의 풀스윙을 되찾았다는 신호가 보이는가, 그리고 삼성의 순위가 실험을 감당할 만큼 안정적인가. 이 조건이 맞물릴 때에만 복귀가 삼성 타선의 상방을 여는 카드가 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김영웅이 보여준 한 방의 파괴력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기대를 접기 이르다. 다만 그것은 타격감이 돌아왔을 때의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그가 방망이를 다시 크게 돌릴 수 있느냐가 모든 것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