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가 8월 21일 클리블랜드전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시속 153km대 직구를 중전 안타로 연결하며 4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시즌 타율 0.293(443타수 130안타)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10위를 지키며 후반기 들어 타격감이 뚜렷이 살아난 흐름이다. 유동적인 타순 배치와 커리어 하이를 찍은 홈런·멀티히트 페이스가 남은 시즌 기록을 가를 지점이다.

8월 21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 5번 우익수로 나선 이정후는 팀이 2-4로 뒤진 8회 초 2사 1루에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이날 네 번째로 올라온 투수 헌터 개디스. 그가 던진 시속 95.3마일, 약 153.4km의 빠른 포심 패스트볼을 이정후는 뒤로 밀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쳐 중전 안타로 걷어냈다.
안타는 후속 타자의 범타로 득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록의 의미는 남았다. 이 한 방으로 이정후는 16일 콜로라도전부터 출전한 네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만들며 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Mason McCall
이날 타율은 0.294에서 0.293으로 소폭 내렸다. 443타수 130안타. 수치만 보면 하락이지만,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10위 자리는 그대로 지켰다. 전날에는 시즌 37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더 눈에 띄는 건 후반기의 상승 곡선이다. 최근 15경기로 좁혀 보면 OPS가 1.004, 조정 득점 생산력을 뜻하는 wRC+는 185까지 올라 있다. 리그 평균을 100으로 놓는 지표에서 185는 상위권 타자의 생산성이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타격감이 여름을 지나며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는 뜻이다.
시즌 전체 성적표로 넓혀 봐도 균형이 잡혀 있다. 홈런 9개에 타점 46, 득점 58, 도루 8개, 출루율 0.328에 OPS는 0.762다. 폭발적인 한 방보다 꾸준히 출루하고 주자를 불러들이는 유형인데, 최근의 상승세는 이 기본기 위에 장타가 얹힌 형태다.
153km대 직구를 받아쳤다는 점을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타이밍이 조금만 늦어도 빠른 공은 파울이나 헛스윙으로 흐르기 쉽다. 그 공을 정타로 중전에 보냈다는 건 배트 스피드와 타이밍이 함께 올라와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장타도 붙었다. 이정후는 이미 시즌 9호 홈런으로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새로 썼다. 콘택트에 강점이 있던 타자가 담장을 넘기는 힘까지 얹으면, 상대 배터리가 공략하기 까다로워진다. 최근의 안타 행진은 단순히 맞히는 감각만 살아난 것이 아니라 장타 위협이 함께 돌아온 결과로 읽힌다. 빠른 공을 정확히 맞히는 타자에게 변화구로만 승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날 안타는 상대에게도 부담스러운 장면이었다.
앞으로 무엇을 보면 될까. 첫째는 타순이다. 이정후는 이날 5번에 섰지만 최근 6번, 때로는 1번까지 자리가 오갔다. 3할에 근접한 타율과 살아난 장타력이 유지되면 득점권 기회가 많은 상위 타순에 고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그만큼 타점 기회도 늘어난다.
둘째는 멀티히트와 홈런 페이스다. 멀티히트가 이미 시즌 37회에 이른 만큼, 이 빈도가 유지되면 타율 반등과 안타 누적이 함께 따라온다. 반대로 상승세가 꺾이는지 보려면 빠른 공에 대한 대응이 이날처럼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4경기 연속 안타 자체보다, 그 안타가 어떤 공을 어떻게 쳐서 나온 것인지가 남은 시즌의 방향을 더 정확히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