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11월 8일 5차전에서 KT를 12-1로 꺾고 1패 뒤 4연승으로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짧게 끝난 시리즈의 승부는 선발 싸움, 마무리 공백을 메운 투수 운용, 그리고 5차전 KT의 수비 붕괴에서 갈렸다. 두 팀의 내년을 가늠하려면 삼성 젊은 타자들의 성장과 구자욱의 몸 상태, KT의 뒷문·수비 재정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11월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를 12-1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 2014년 이후 12년 만의 우승이다.
출발은 불안했다. 1차전(11월 3일, 수원)에서 삼성은 0-8까지 끌려갔고, 7-8까지 따라붙었지만 결국 한 점 차로 졌다. 흐름을 되돌린 건 2차전이었다. 연장 12회 혈투 끝에 3-2로 이기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고, 이 경기에서 KT는 투수를 8명이나 썼다. 이후 대구로 무대를 옮긴 삼성은 내리 세 경기를 쓸어 담았다.
시리즈는 다섯 경기 만에 끝났지만, 승부가 갈린 지점은 비교적 또렷하다. 선발, 불펜, 그리고 수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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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전 선발 원태인은 5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고 데일리 MVP에 올랐다. 반면 KT 선발 데이비스 대니엘은 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짧은 시리즈에서 선발이 5회를 책임지느냐 2회에 무너지느냐는 그대로 불펜 부담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삼성은 선발 자원을 불펜처럼 활용했다. 2차전 선발이었던 페덱은 5차전 6회에 다시 올라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끝냈다. 선발의 깊이가 곧 투수 운용의 여유였던 셈이다.
삼성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건 불펜, 특히 뒷문이었다. 마무리 김재윤이 어깨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직전 이탈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그 공백을 전제로 투수 운용을 미리 짰다. 리드를 잡으면 투수를 빠르게 바꾸고, 필요하면 선발을 중간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결과만 보면 뒷문 공백은 승부에 큰 변수가 되지 않았다. 반대로 KT는 2차전 연장에서 투수 8명을 소진하며 시리즈 내내 투수 운용에 쫓겼다. 마무리 한 명의 부재보다, 경기를 끌고 가는 전체 설계가 더 중요했다는 점을 보여준 대목이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건 KT의 수비였다. 삼성은 3회말 구자욱의 동점 2루타와 르윈 디아즈의 적시타로 역전한 뒤, 5회에 한 이닝 8점을 몰아쳤다. 이 빅이닝의 문을 연 것이 KT 내야의 연속 실책이다. 2루수 류현인과 유격수 권동진이 잇따라 공을 흘렸고, 최형우·김영웅·이재현의 연속 적시타와 김지찬의 2타점 3루타가 쏟아졌다.
KT의 어려움은 5차전만의 일이 아니었다. 1차전 무렵 최원준, 김현수, 김상수, 안현민 등 주축들이 부상으로 빠져 있었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이, 막상 큰 경기에서는 라인업과 수비가 흔들린 것이다. 정규시즌 1위가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것은 2015년 삼성, 2018년 두산에 이어 세 번째 사례다.
시리즈 MVP는 주장 구자욱이 받았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수비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지명타자로 5경기 타율 0.500(20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을 올렸다. 데뷔 23년차 포수 강민호는 이번에 처음으로 우승 반지를 꼈다.
내년을 가늠하려면 볼 지점이 몇 군데 있다. 삼성 쪽은 5차전 빅이닝의 주역이었던 김영웅·이재현·김지찬 같은 젊은 타자들이 올해 기세를 유지하는지, 그리고 구자욱이 다친 다리를 온전히 회복하는지다. KT 쪽은 이번에 드러난 뒷문과 수비, 그리고 주축들의 건강 회복이 관건이다. 정규시즌 성적만으로 큰 경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올해 시리즈가 다시 한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