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츠베레프와 9번 시드 셸턴이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맞붙는다. 셸턴이 이기면 2003년 로디크 이후 23년 만의 미국 남자 메이저 챔피언이, 츠베레프가 이기면 시즌 24승에 이은 첫 US오픈 정상이 된다. 상대 전적 5-0의 무게보다, 어떤 결과가 두 선수의 2026시즌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기준으로 보면 된다.
세계 2위 알렉산더 츠베레프(2번 시드)와 벤 셸턴(9번 시드)이 US오픈 남자 단식 정상을 놓고 만난다. 한국시간 14일 새벽 3시에 시작하는 이 결승은 두 선수가 지나온 길부터 색이 다르다.
츠베레프는 4강에서 세계 50위 카렌 하차노프를 세트 스코어 3-0(6-3, 7-6<9-7>, 7-6<8-6>)으로 눌렀다. 스포츠경향 보도에 따르면 경기 시간은 2시간 58분이었고, 두 번의 타이브레이크를 모두 지켜내며 결승행을 확정했다. 그에게 US오픈 결승은 2020년 이후 6년 만이다.
셸턴의 대진표는 더 험했다. 8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스를 5세트 접전(6-7, 6-1, 6-3, 1-6, 7-6) 끝에 꺾었는데, 경기 종료 시각이 새벽 3시 33분으로 대회 역대 가장 늦은 기록이었다. 4강에서는 프랜시스 티아포를 3-1(4-6, 6-3, 6-3, 7-5)로 제치고 생애 첫 메이저 결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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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승의 무게 중심은 셸턴 쪽에 있다. 23세의 셸턴이 우승하면 2003년 앤디 로디크 이후 23년 만에 나오는 미국 남자 메이저 단식 챔피언이 된다. 미국 테니스가 홈 그랜드슬램에서 20년 넘게 남자 단식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한 경기에 걸린 상징성을 말해준다.
기록의 결은 하나 더 있다. ATP 자료에 따르면 셸턴은 1972년 아서 애시 이후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 오른 첫 아프리카계 미국 선수다. 개인의 첫 메이저 결승이면서 동시에 미국 테니스의 오래된 숙제와 맞닿아 있는 무대인 셈이다.
숫자만 보면 츠베레프가 앞선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츠베레프가 5전 전승이고, 가장 최근 맞대결은 2025년 ATP 파이널스였다. 다만 이번이 메이저에서 처음 만나는 경기라는 점은 과거 전적의 무게를 조금 덜어낸다. 5전 전승도 그랜드슬램 결승이라는 무대에서 처음 시험대에 오른다.
츠베레프에게 이 대회는 시즌 마침표의 성격이 짙다. 그는 올해 롤랑가로스에서 생애 첫 메이저를 들어 올렸고, 윔블던 준우승에 이어 US오픈까지 3개 메이저 연속 결승에 올랐다. 올 시즌 메이저 24승 2패는 단일 시즌 독일 선수 최다승 기록으로, 종전 보리스 베커의 22승을 넘어선 수치다. 우승한다면 1989년 베커 이후 첫 독일 국적 US오픈 남자 챔피언이자, 커리어 두 번째 메이저가 된다.
결승은 아직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결과를 미리 단정하기보다, 어떤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기준으로 보면 이 경기를 더 정확히 읽을 수 있다.
셸턴 기준으로는, 첫 메이저 결승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커리어의 단계가 한 칸 올라섰다. 우승은 여기에 '미국 테니스의 상징'이라는 무게를 더한다. 반대로 준우승이라도 알카라스를 꺾고 결승까지 온 이번 대회는 그의 2026시즌 최고 성적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츠베레프 기준은 조금 다르다. 그는 이미 메이저에서 꾸준히 이기는 선수라는 사실을 올해 24승으로 증명했다. 남은 물음은 큰 무대의 마지막 고비를 넘느냐다. 2020년 결승에서 두 세트를 리드하고도 우승을 놓친 기억이 있는 만큼, 이번 결과는 '메이저를 자주 가는 선수'와 '메이저를 매듭짓는 선수' 사이 어디에 그를 놓을지를 가른다. 결승 스코어와 함께 이 지점을 보면 두 선수의 시즌 평가가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