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이 8월 14일 한화전에서 5안타 2홈런 3타점을 몰아치며 시즌 타율을 0.353까지 끌어올렸다. 롯데 레이예스와 소수점 셋째 자리를 다투는 2위로, 데뷔 첫 타격왕 경쟁이 현실적인 국면에 들어섰다. 다만 부상으로 19경기를 결장한 그의 규정타석 충족 여부가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다.
구자욱이 8월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5타수 5안타 2홈런 3타점으로 팀 승리를 끌고 갔다. 삼성은 이날 구자욱을 시작으로 강민호, 이재현까지 홈런 네 방을 몰아쳐 한화를 8-5로 눌렀고, 4연패에서 벗어난 뒤 2연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선발 최원태가 5⅔이닝 1실점으로 버틴 것도 승리의 발판이 됐다.
두 홈런의 무게가 다르다. 4회 선제 솔로포는 115m짜리였고, 6회에도 담장을 넘겼다. 멀티홈런 자체가 지난해 9월 이후 약 11개월 만이었다. 한 경기에서 안타 5개를 몰아친 데다 장타까지 겹쳤다는 점에서, 단순히 잘 맞은 하루로 넘기기 어렵다.
타율 경쟁에서 5타수 5안타의 파괴력은 체감보다 크다. 시즌 표본이 300타수를 넘어선 시점에서도, 한 경기 전타석 안타는 소수점 둘째 자리를 통째로 끌어올린다. 실제로 이 한 경기가 구자욱을 3위권에서 2위로 밀어 올렸다.
Photo by Ray Shrewsberry on Unsplash
이 경기로 구자욱의 시즌 타율은 0.343에서 0.353으로 뛰었다. 롯데 빅터 레이예스(약 0.354)에 이은 2위이자, 사실상 1위와 소수점 셋째 자리를 다투는 자리다. 8월 초에는 두 선수의 타율 차이가 0.0001, 이른바 '1모'까지 좁혀진 적도 있었다. 그날 경기에서는 구자욱의 안타성 타구를 레이예스가 다이빙 캐치로 막는 장면까지 나왔다.
경쟁자는 둘만이 아니다. KT 최원준도 8월 중순 타율 0.34대 후반과 리그 최다 안타권을 오가며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레이예스는 타격왕과 별개로 KBO 최초 3년 연속 최다안타 기록까지 노리는 중이라, 안타 생산 자체가 꾸준하다. 구자욱이 한 경기 폭발로 순위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한 번에 굳히기는 어려운 구도다.
올 시즌 구자욱의 타격 그래프는 뒤로 갈수록 가팔라졌다. 4월 0.292로 출발해 5월에는 한때 0.260대까지 처졌지만, 7월 0.374로 반등했고 후반기 들어서는 13경기에서 0.404를 찍었다. 전반기의 기복을 후반기 몰아치기로 덮고 있는 셈이다.
본인도 서두르지 않는다. 8월 초 인터뷰에서 그는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 타격왕 얘기는 열 경기쯤 남았을 때 하고 싶다"고 했다. 페이스가 오른 상황에서도 남은 일정을 길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지점이 하나 있다. 구자욱은 부상으로 올 시즌 19경기를 결장했다. 타격왕은 규정타석을 채워야 자격이 생기는데, 결장이 쌓인 만큼 남은 경기를 얼마나 소화하느냐가 변수로 남는다. 현재 페이스를 이어가면 규정타석 충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결장이 생기면 타율이 아무리 높아도 순위표에서 빠질 수 있다.
정리하면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레이예스와의 소수점 셋째 자리 차이가 남은 40여 경기에서 어떻게 뒤집히는지. 둘째, 최원준까지 포함된 3파전이 굳어지는지 갈라지는지. 셋째, 구자욱이 결장 없이 규정타석을 채우는지다. 타율 숫자만 보면 이미 우승권이지만, 타격왕은 출전 관리까지 맞물린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