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가 2026 FIBA 월드컵 첫 경기에서 세계 8위 나이지리아를 99-81로 완파하며 16년 만의 8강 도전에 청신호를 켰다. 간판 센터 박지수 없이도 박지현이 27점 6스틸로 폭발하고 강이슬·최이샘 등이 고르게 득점을 나눈 결과다. 조 1위만 8강에 직행하는 만큼, 세계 2위 프랑스와의 9월 6일 2차전과 헝가리전 결과가 진출 방식을 가른다.

한국 여자농구가 2026 FIBA 여자농구 월드컵 첫 단추를 시원하게 끼웠다. 9월 4일 독일 베를린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세계 8위 나이지리아를 99-81, 18점 차로 완파했다.
FIBA 랭킹으로 보면 한국은 15위, 나이지리아는 8위다. 서열상 앞선 상대를, 그것도 첫 경기에서 두 자릿수 점수 차로 눌렀다는 점에서 결과의 무게가 다르다. 나이지리아 감독조차 경기 뒤 "한국은 정말 좋은 팀"이라며 완성도를 인정했다.
득점을 주도한 건 박지현이다. WNBA 로스앤젤레스 스파크스에서 뛰는 이 가드는 27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6스틸로 공수 양면을 지배했다. 6개의 스틸은 단순한 수비 기록이 아니다. 상대 공격을 중간에 끊어 곧바로 속공 득점으로 연결하는, 경기의 리듬을 한국 쪽으로 끌어오는 장면들이었다.
'16년 만'이라는 수식어의 무게도 여기에 있다. 한국 여자농구가 월드컵 무대에서 8강에 오른 것은 오래전 일이다. 그 사이 세계 무대와의 격차를 절감하는 대회가 이어졌던 만큼, 세계 8위를 상대로 거둔 첫 승은 단순한 1승 이상의 신호로 읽힌다.

Wallace Chuck
이번 대회의 가장 큰 물음표는 간판 센터 박지수의 공백이었다. 발목 수술 뒤 재활 중인 박지수는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골밑의 높이와 수비를 책임지던 선수가 빠진 만큼, 무게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경기는 그 우려를 뒤집었다. 한 명에게 기대지 않고 득점원이 넓게 퍼진 것이 핵심이다. 박지현 27점 옆에서 강이슬이 3점슛 6개를 포함해 20점, 최이샘이 19점, 이해란이 17점을 보탰다. 네 선수가 고르게 두 자릿수를 올리자, 상대는 한 명만 막아서는 경기를 풀 수 없었다.
높이의 약점을 외곽과 스피드로 상쇄한 셈이다. 박지수의 복귀 여부는 여전히 변수지만, 적어도 첫 경기는 그 공백을 팀 전체의 균형으로 메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첫 승은 값지지만 8강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이번 월드컵은 16개국이 4개 조로 나뉘어 겨루고, 각 조 1위만 8강에 직행한다. 2위와 3위는 단판 승부의 8강 진출전을 한 번 더 치러야 토너먼트에 오른다.
한국의 다음 상대가 곧 분수령이다. 2차전은 9월 6일 오전 3시45분, 세계 랭킹 2위 프랑스와 붙는다. 나이지리아보다 한 수 위 전력으로 평가받는 팀이라, 이 경기 결과가 조 1위 직행이냐 진출전이냐를 크게 가른다. 이어 9월 7일 오후 9시30분에는 헝가리와 3차전을 치른다.
따라서 지금 챙겨봐야 할 확인 항목은 세 가지다. 첫째, 프랑스전에서 박지현에게 쏠릴 수비를 다른 득점원이 얼마나 분산해 받아주느냐. 둘째, 높이에서 앞서는 프랑스를 상대로 리바운드 싸움을 버텨내느냐. 셋째, 프랑스전 결과에 따라 헝가리전이 조 1위 다툼이 될지, 진출전을 대비한 승부가 될지다. 첫 경기의 기세가 좋았던 만큼, 16년 만의 8강 가능성은 이 두 경기에서 실제 윤곽이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