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23-24시즌 이후 1,003일 만에 챔피언스리그로 돌아와 복귀전에서 아제르바이잔 챔피언 사바를 4-0으로 꺾었다. 시즌 도중 팀을 넘겨받아 리그 3위로 복귀권을 되찾은 캐릭 감독 체제가 이 무대의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36개 팀이 8경기를 치르는 새 리그페이즈에서 상위 8위 직행권을 지켜낼지가 이번 시즌 관전의 핵심이다.

9월 11일 새벽(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 챔피언스리그 주제곡이 다시 흘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003일 만에 유럽 최고 무대로 돌아온 날이다. 복귀전 상대는 아제르바이잔 챔피언 사바(Sabah). 결과는 4-0, 산뜻한 출발이었다. 쿠냐가 전반 27분 물꼬를 텄고 브루노 페르난데스, 세슈코가 전반에만 세 골을 몰아쳤다. 후반에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한 골을 보탰다. 팬들의 관심은 이제 이 복귀가 얼마나 오래갈지로 넘어간다.

Franco Monsalvo
숫자 1,003일의 기준점은 2023-24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다. 그 뒤로 맨유는 두 시즌 내리 이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리그 순위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때 맨유에게 챔피언스리그는 당연한 자리였다. 그 당연함이 사라진 2년이 이번 복귀를 특별하게 만든다. 캐릭 감독도 복귀를 앞두고 "이 대회에서 벗어나 보면 얼마나 특별한지 깨닫게 된다"고 했다. 못 나가 본 팀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복귀의 발판을 놓은 건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마이클 캐릭이다. 그는 2026년 1월 감독 교체로 팀을 넘겨받았다. 처음엔 임시였다.
숫자가 그를 정식 감독으로 바꿔놓았다. 부임 뒤 16경기에서 11승을 쓸어 담으며 팀을 리그 3위로 끌어올렸고, 두 시즌 만의 챔피언스리그 복귀를 확정지었다. 시즌이 끝나갈 무렵 정식 감독으로 승격된 배경이다.
캐릭에게 이 무대는 낯설지 않다. 선수 시절 그는 2008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였다. 그 대회를 들어 올려 본 사람이 이번엔 감독으로 팀을 데려왔다는 점은, 복귀 서사에 무게를 더한다.
지금의 챔피언스리그는 예전의 조별리그가 아니다. 36개 팀이 한 리그로 묶여 각 팀이 서로 다른 상대와 8경기를 치른다. 이 8경기 성적으로 순위를 매겨 1~8위는 16강에 직행하고, 9~2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친다. 25위 아래는 탈락이다.
관전의 핵심은 이 8경기를 어떻게 배분하느냐다. 사바전 4-0은 직행권을 노리는 팀이 반드시 잡아야 할 약체전을 확실히 잡았다는 의미가 있다. 승점만이 아니라 골 득실까지 챙겨두면 순위 경쟁에서 유리해지는 포맷이라 대승의 가치가 더 크다. 캐릭이 후반에 로테이션을 돌린 것도 곧바로 이어지는 맨체스터 더비, 그리고 길게 이어질 리그페이즈 일정을 함께 계산한 운영으로 보인다.
챔피언스리그 복귀는 성적표 한 줄 이상이다. 대회 참가 자체가 상당한 배분금과 직결되고, 유럽 무대는 선수 영입과 잔류를 설득하는 명분이 된다. 2년의 공백은 그만큼의 수익과 위상을 함께 비운 시간이기도 했다.
동시에 이번 시즌은 캐릭 체제의 시험대다. 약체를 상대로 한 4-0은 출발점일 뿐, 진짜 평가는 유럽의 강팀들과 맞붙는 다음 경기들에서 갈린다. 리그페이즈에서 상위권을 지켜 16강에 직행한다면, 이 복귀는 '한 번의 복귀'가 아니라 '자리를 되찾았다'는 선언이 된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 남은 건 이 흐름을 8경기 내내 이어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