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백하나가 8월 23일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결승에서 세계 1위 중국 류성수-탄닝을 2-0으로 꺾고 31년 만에 우승했다. 같은 날 안세영도 여자단식에서 우승해 한국 배드민턴이 단식·복식 동시 금메달을 거뒀다. 시즌 상대전적이 여전히 열세인 만큼, 다음 맞대결과 남은 월드투어 성적이 이번 우승의 무게를 가른다.
이소희·백하나가 8월 2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선수권 여자복식 결승에서 세계 1위 류성수-탄닝(중국)을 2-0(21-15, 21-15)으로 눌렀다. 한국 여자복식이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것은 1995년 길영아-장혜옥 조 이후 31년 만이다.
두 세트 모두 21-15, 같은 점수 차로 끝났다. 접전 끝의 역전이 아니라 세계 1위를 상대로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다는 뜻이다. 준결승에서도 세계 8위 중국 리이징-뤄쉬민 조를 넘었고, 결승까지 오는 길 자체가 중국 조들을 연달아 꺾는 과정이었다.
여자복식은 한국이 오랫동안 세계 정상과 멀어져 있던 종목이다. 단식에서 안세영이 꾸준히 성과를 내는 동안에도 여자복식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31년이라는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그 공백을 메웠다는 점에서 이번 우승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종목 차원의 성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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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승이 더 특별한 이유는 상대가 올해 내내 두 선수의 벽이었기 때문이다. 이소희·백하나는 올 시즌 류성수-탄닝에게 다섯 번 연속으로 졌다. 가장 중요한 무대인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그 연패를 끊었다.
숫자로만 보면 시즌 상대전적은 여전히 열세다. 다만 큰 경기에서 이겼다는 점이 다르다. 내내 밀리던 팀을 단판 승부에서 꺾었으니, 기세와 자신감 면에서 의미가 크다. 자주 진 상대일수록 상대의 패턴을 잘 안다는 역설도 결승에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여자단식에서는 안세영이 우승했다. 세계 2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2-0(21-17, 21-14)으로 꺾었고, 64강부터 결승까지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안세영에게는 2023년 코펜하겐 대회 이후 3년 만, 통산 두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이다.
단식과 복식에서 같은 날 금메달이 나온 것은 한국 배드민턴에서 흔치 않은 장면이다. 단식은 안세영이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었지만, 복식 금은 오랜 공백을 메운 성과다. 두 우승의 배경은 다르다. 단식이 개인의 압도적 기량이라면, 복식은 세계 1위를 넘어선 호흡의 결과다. 성격이 다른 두 금메달이 뉴델리에서 하루에 함께 나온 셈이다.
지금부터는 이 우승이 한 번의 정점인지, 흐름의 시작인지가 관건이다. 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중국 류성수-탄닝과의 다음 맞대결이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이겼지만 시즌 상대전적은 아직 열세다. 다음 대회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이기느냐가 이번 우승의 무게를 정한다.
둘째, 세계랭킹 추이다.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얻은 포인트가 순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남은 월드투어 대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지를 보면 된다.
셋째, 안세영과 함께 가는 대표팀 전체의 흐름이다. 단식과 복식이 동시에 정상급이면 단체전과 다음 올림픽을 향한 그림이 달라진다.
결승 스코어와 상대는 확정된 사실이다. 다만 이 우승이 장기적인 강세로 이어질지는 남은 대회 결과를 봐야 판단할 수 있다. 하루의 겹경사가 흐름이 되려면, 다음 대회에서 같은 상대를 다시 넘는 장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