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키움이 9회말 2사 만루에서 김재현의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KIA를 8-7로 눌렀다. 최하위권 키움에는 순위 변동보다 집중력을 확인한 승리인 반면, 상위권 경쟁 중인 KIA에는 다 잡은 경기를 놓친 뼈아픈 블론세이브다. 앞으로는 KIA의 마무리 운영과 상위권 맞대결 결과가 순위 싸움의 관전 포인트다.
8월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KIA의 경기는 9회말 한 방으로 뒤집혔다. 최종 스코어는 키움 8-7. 9회말 2사 만루에서 김재현이 이의리의 시속 155km 포심을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개인 통산 첫 만루홈런이자 KBO 역대 26번째 끝내기 만루홈런이다.
경기 흐름만 보면 KIA의 승리가 유력했다. 3회 맷 데이비슨의 투런으로 2-2를 맞췄지만 KIA가 6회와 8회 달아나며 7-2까지 벌어졌다. 9회말 키움은 권혁빈, 서건창, 추재현의 안타로 1사 만루를 만들었고, 데이비슨의 2타점 적시타로 4-7까지 따라붙은 뒤 김재현의 만루포가 터졌다. 마운드에는 좌완 이의리가 올라와 있었다.
끝내기 만루홈런은 흔한 장면이 아니다. KBO 역대 26번째 기록이라는 점만 봐도, 9회 4점 차를 한 타석에 뒤집는 상황 자체가 드물다는 뜻이다. 선발 대결은 키움 전준표가 5이닝 2실점, KIA 네일이 6이닝 2실점으로 팽팽했던 만큼 승부는 사실상 뒷문에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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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승리였지만 순위 관점에서 키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 승리로 키움은 42승 2무 72패가 됐다. 8월 중순 기준으로도 키움은 10개 구단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즉 이 경기는 키움에 순위를 끌어올리는 승리라기보다, 시즌 막바지 팀 집중력을 확인한 승리에 가깝다. 설종진 감독도 순위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집중력"을 언급했다. 남은 경기에서 상위권 팀을 흔드는 스포일러 역할은 할 수 있어도, 가을야구 판도를 스스로 바꾸기는 어려운 위치다.
같은 경기가 KIA에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KIA는 이 패배로 60승 2무 50패가 됐고, 8월 중순 기준 4위권에서 상위 순위 경쟁을 벌이던 팀이다. 다 잡은 경기를 9회에 놓친 블론세이브는 승패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상위권은 몇 경기 차이로 순위가 오르내린다. 이런 경기에서의 1패는 순위 자체보다, 마무리 불안이라는 숙제를 남긴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선발 네일이 6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했고 8회까지 5점 차 리드를 지켰던 만큼, 뒷문 관리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순위 경쟁이 촘촘한 시기에는 지켜야 할 경기를 지키는 능력이 승률만큼 중요하다. 5점 차를 8회까지 끌고도 놓친 이번 경기는 KIA 입장에서 이길 수 있었던 한 경기를 반납한 셈이라, 시즌 막판 순위 계산에 그림자를 남긴다.
앞으로 순위 싸움을 볼 때 체크할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KIA의 마무리 운영이다. 이의리를 비롯한 불펜을 어떤 상황에 쓰는지, 리드를 지키는 경기에서 실점이 반복되는지 보면 상위권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
둘째, 키움과 붙는 상위권 팀들의 결과다. 최하위 팀이라도 이런 뒷심을 보이면 승수 관리가 급한 팀들에게는 까다로운 상대가 된다.
셋째, 상위권 팀 간 맞대결 일정이다. KIA가 직접 순위를 다투는 팀과의 경기에서 이런 블론을 반복하지 않는지가 관건이다.
정리하면 같은 만루포 한 방이 두 팀에 남긴 무게는 다르다. 키움에는 자존심을 세운 승리, KIA에는 순위 경쟁에서 곱씹어야 할 패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