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이 8월 23일 잠실 롯데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던지며 시즌 10승을 채웠다. 15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2024년 이후 2년 만의 두 자릿수 승수로, 9승에서 번번이 막혔던 고비를 넘긴 결과다. 5위 두산의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에이스 곽빈의 등판 관리가 남은 순위 싸움의 변수가 된다.

두산 곽빈이 8월 23일 잠실 롯데전에서 7이닝 1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던졌다. 투구수는 102개, 최고 구속은 159.1㎞였다. 종전 자신의 최고치였던 159㎞를 넘어선 개인 신기록이다. 두산은 이날 3-1로 이기며 롯데의 6연승을 끊었다.
내용만 놓고 보면 시즌 최고 수준의 등판이었다. 안타를 하나만 내주고 삼진을 8개 잡는 동안 위기다운 위기가 거의 없었다. 1회부터 150㎞ 후반의 공을 던지며 상대 타선을 눌렀다. 개인 최고 구속을 8월 하순에 경신했다는 것도 눈에 띈다. 시즌 막판까지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롯데였다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6연승으로 기세를 올리던 팀을 상대로, 두산 선발이 홀로 7이닝을 막고 흐름을 끊었다. 타선이 3점을 뽑는 동안 실점을 내주지 않아 경기 내용이 흔들릴 여지가 적었다.

Timo Volz
이날 승리로 곽빈은 시즌 10승(5패)을 채웠다. 두 자릿수 승수는 15승으로 다승왕에 올랐던 2024년 이후 2년 만이다.
숫자만 보면 에이스에게 10승이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올해 곽빈에게는 이 10승까지 오는 길이 유독 길었다. 9승에서 한동안 멈춰 있었고, 8월 11일 한화전에서는 10탈삼진을 잡고도 불펜이 리드를 지키지 못해 승리가 날아갔다. 등판마다 호투하고도 승리와 인연이 닿지 않던 구간을, 이번 경기로 넘긴 셈이다. 곽빈이 마운드에서 크게 포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곽빈은 올 시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다녀와 프로 아홉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2024년 15승 다승왕이 지금까지의 커리어 하이였는데, 탈삼진 능력은 올해도 리그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던지는 내용 자체가 나빴던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10승은 그 내용이 결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두산은 8월 20일 기준 57승 4무 48패로 5위다. 4위 KIA와 반 경기 안팎에서 다투고 있다. 정규시즌 상위 5개 팀이 가을야구에 오르고, 4위와 5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두산은 지금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순위표를 보면 이 경쟁의 무게가 더 분명해진다. 같은 5위권이라도 최종 순위에 따라 가을야구에서 갈 수 있는 거리가 크게 달라진다. 상위 순위일수록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거나 근접하지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걸리면 위로 올라가기가 훨씬 빡빡해진다. 한 경기 차가 시즌 전체 농사를 가르는 구간이라는 뜻이다.
이 순위 싸움에서 에이스의 등판은 그 자체가 변수다. 곽빈이 나오는 날 승수를 쌓느냐가 순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날처럼 7이닝을 책임져 불펜 부담을 덜어 주는 등판이 쌓이면, 다음 로테이션까지 여유가 생긴다. 지친 불펜을 아끼는 것도 후반기 순위 싸움에서는 승수만큼 중요하다.
남은 정규시즌에서 두산의 가을야구 진출은 곽빈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5위 경쟁이 한 경기 차로 갈리는 국면이라면, 에이스가 등판일마다 승리 확률을 끌어올려 주는 것만큼 확실한 카드도 드물다. 이번 10승은 그 카드가 다시 살아났다는 신호로 읽힌다.
두산 팬이라면 앞으로 볼 지점은 단순하다. 곽빈의 다음 등판일이 언제인지, 그날 타선과 불펜이 뒤를 받쳐 주는지다. 오늘 같은 7이닝 무실점이 몇 번 더 나오고 그 뒤를 팀이 지켜 준다면, 5위 경쟁의 저울추는 두산 쪽으로 기운다. 반대로 호투가 다시 승리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순위 싸움은 그만큼 길어진다.